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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400조원 풀면 한국엔 최대 40조 유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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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결정으로 글로벌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국내 증시에 최대 40조원이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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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올 3월부터 19개월 동안 총 1조1400억 유로(약 1435조원)를 풀겠다고 선언하자 세계 증시가 일제히 반색했다. 23일 소폭 하락한 미국 다우산업지수를 제외한 주요국 증시가 이틀 연속 상승세를 탔다. 미 나스닥은 22~23일 1.94% 올랐다. 유럽의 경제 엔진인 독일 증시는 3.4% 상승했고 영국 증시도 1.56% 올랐다. ECB 발표가 전해진 23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유럽발 훈풍을 만끽했다. 특히 6년여 만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닥의 탄력이 돋보였다. 23일 코스닥은 전날보다 1.88% 오른 589.31로 마감했다. 2008년 6월 30일(590.19) 이후 6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가총액도 156조1000억원으로 이틀 전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올해 두 차례 1900선이 깨졌던 코스피도 0.79% 올랐다. 덕분에 지난 일주일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0.61%를 기록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ECB의 양적완화 규모와 기간은 당초 예상을 크게 넘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정책대응이라고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의 양적완화가 글로벌 자금 흐름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이란 전망엔 국내외 시각이 일치한다. 모건스탠리는 ECB의 양적완화 규모는 미국·일본보다 작지만 내년 9월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국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호재’라는 낙관론과 ‘큰 영향을 주지 못할 단기 이벤트’라는 비관론이다. 낙관론자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유럽계 자금이 늘어나 주가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본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순하게 따져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유럽계 자금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40조원 수준”이라며 “매달 2조원에 해당하는 이 돈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종료 같은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ECB가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자금난에 빠진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특별대출프로그램(LTRO)을 실행했을 때에도 유럽 자금이 국내에 대거 유입됐다”며 “이번에 풀리는 유럽 자금의 국내 유입도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 수준을 넘은 양적완화 규모는 세계 증시 유동성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유가 급락과 유럽의 디플레이션 같은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의 반등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 캐리 자금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유럽계 자금이 유입되면 원화가치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유로화 약세로 한국의 수출 가격경쟁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6일 새벽에 나올 그리스 총선 결과와 28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 내용이 ECB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다수당이 된다는 우려감으로 그리스 총선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보다는 구제금융 재협상과 부채탕감 요구에 따른 시장 반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CB의 결정보다 오히려 이번 주 FOMC에서 내놓을 통화정책 방향이 국내 증시의 중요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병철·염지현 기자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유럽중앙은행(ECB)이 2011년 12월과 2012년 2월 두 차례 실시한 ‘유럽식’ 양적완화(QE) 정책이다. 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여 돈을 풀었던 미국과 달리 은행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ECB가 내놓은 방안은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총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시장에서 매입하는 미국식 양적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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