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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反쇄신 인사의 결정타, 민정수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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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호 02면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꺼내든 인사 카드를 놓고 논란이 많다. 새 국무총리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명하고 특보 신설, 수석 교체 등을 발표했지만 이를 ‘인적 쇄신’으로 보기엔 실망스럽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유임은 박 대통령의 소통 감각에 비춰 충분히 예상됐던 인사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쇄신’을 무색하게 하는 인사가 하나 더 추가됐다는 점이다. 문건 유출 파동과 관련해 항명 파문을 일으킨 김영한 전 민정수석 후임에 우병우 비서관을 승진시킨 게 그렇다.

 민정수석실은 여론과 민심을 면밀히 파악해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공직사회 기강 확립, 각종 민원 등을 총괄하는 임무도 있다. 그래야 할 민정수석실이 문건 유출 진원지로서 해이한 기강을 만천하에 드러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우 비서관은 청와대 내부 특별감찰 등을 진두지휘했고, 그 과정에서 특별감찰이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자 자살한 최모 경위에 대한 강압수사설도 나돌았다. 그를 8개월 만에 민정수석으로 승진시켰으니 민심과 거꾸로 간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 내정자는 2009년 대검 중수1과장 때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소환 조사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23일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이 물러나기에 이르렀다. 야당이 소통하기 힘든 상대라고 지목하는 배경이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우 비서관을 수석으로 영전시킨 것은 야당과의 소통을 거부하겠다는 인사 참사”라고 했다. 물론 야당 반발엔 감정이 깔려 있지만 청와대 수석 인사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같은 반발도 인사의 고려에 넣는 게 순리다.

 또 우 내정자는 정부 고위공직자 중 가장 많은 423억323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가 공직자의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서민들의 아픔과 민생을 챙겨야 할 민정수석이란 자리에 딱 맞는 스펙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민정라인이 특정 지역 출신 검사들로 채워진 것 역시 여전히 문제다. 신설된 민정특보 이명재 내정자와 우 내정자는 TK(대구·경북) 선후배 사이다. 전임 김영한·곽상도 수석도 TK, 홍경식 수석은 마산 출신이다. 당사자들이 아무리 공사를 구분한다고 해도 국민이 과연 특정 지역을 매개로 한 인적 네트워크의 공명정대한 일 처리를 믿어주겠는가.

 개혁 추진과 신뢰 회복은 국민이 공감하는 인적 쇄신으로 구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민정수석 인사는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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