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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박영선 토론회서 '한 목소리'…"오픈프라이머리 도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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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단순히 공천제도를 바꾸는 게 아니라 정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오픈프라이머리를 실현하면 집권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야당은 계파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토론회에서 여야의 두 여성 정치인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해서다. 나 의원과 박 의원은 모두 서울에 지역구를 둔 3선 의원이다. 나 의원은 당 최고위원, 박 의원은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지냈고 둘다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새누리당 혁신위 공천ㆍ선거개혁소위원장인 나 의원은 “그동안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고 여의도 주변을 왔다갔다하며 정치권 인맥쌓기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터는 국민의 눈치를 보고 지역에 가서 (유권자들의) 민심 쌓기를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예비선거일시 법제화(선거전 60일 이후 첫번째 토요일) ▶신인 여성ㆍ장애인 가산점(10~20%) ▶전략공천 폐지 ▶석패율제 도입 ▶지역구 여성 공천 의무화(30%) ▶비례대표 60% 이상 여성 추천 등을 골자로 한 새누리당의 혁신안을 설명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소수에 의한 공천이 계속 돼왔다. 18대 국회 때는 소위 친이(친이명박)계가 대거 들어오면서 친박(친박근혜) 당협위원장들이 탈락했고, 19대 때는 친이 위원장들이 대거 탈락했다”며 공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탑투(Top Two) 프라이머리' 제도를 제안했다. 예비선거에서 정당에 관계없이 두 명의 후보자를 걸러낸 후 본선에서 최종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2004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처음 실시된 이후 2010년엔 캘리포니아주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박 의원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영ㆍ호남 지역에서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을 없앨 수 있고, 소수정당에게도 동등하게 기회를 부여하니 소외론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여성 중진의원들의 발표에 이어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성공하려면 정교한 로드맵을 구축해야한다”며 “3~4월에 선거구획정을 완료하고 5월 말까지 오픈프라이머리를 법제화하지 않으면 정치권이 개혁 의지가 없다는 점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가상준 교수도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자체엔 찬성했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이 아니라 숨어있는 정당 지지자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것"이라며 "당원 중심으로만 국회의원 후보를 뽑아야 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역 의원들에게 너무 불리하게 작용하는 안을 만드는 데는 오히려 반대한다"며 “원래 권투 챔피언 방어전도 챔피언에 유리하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때 사람들이 환희를 느낀다”고 했다.

동국대 박명호 교수는“양당이 혁신방안을 내놓는 것 보니까 선거가 다가오는 것 같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진 뒤 “정치개혁은 실현가능한 걸 해야하는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우리 현실에서 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20대 총선이 아니라 21대 총선을 향해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맞다. 좀 더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정당에 당원이나 지지자가 없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고 파벌정치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헌법은 정당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운영하라고 한 만큼 1당원1표제는 민주적 절차가 아니냐는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법제화할 경우 위헌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발제와 토론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나 의원은 “의미있는 토론회였다”며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줘야된다는 데 대해선 여야가 생각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그동안 여야가 각각 따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고 지역마다 하다보니 관심을 끌 수 없었고 동원 형태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걸 해결하기위해 동시에 같이하자는 공감대가 오늘 토론회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의원도 “지금 전당대회에 출마한 세 분(문재인ㆍ박지원ㆍ이인영 의원)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분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굉장히 강력한 의지를 갖고있고 나머지분들도 반대하거나 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여야 동시 실시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 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김영우ㆍ민현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광림ㆍ김기식 의원 등 여야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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