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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1호들' 고향땅 밟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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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55년 홀트 부부에게 입양된 국내 최초의 해외 입양아 5명이 홀트아동복지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다시 고향땅을 밟았다. 왼쪽부터 메리, 크리스틴, 베티, 헬렌, 로버트. 베티를 제외한 네명은 혼혈 고아였다. 아래 사진으로는 ① 베티 ② 헬렌 ③ 메리 ④ 크리스틴 ⑤ 로버트. 강정현 기자

1955년 해리 홀트 부부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간 국내 최초의 해외 입양아 5명이 가족들과 한국을 찾았다. 양부모가 설립한 홀트아동복지회 창립 50주년 기념식(12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로버트 홀트(52), 메리 라스트(52.여), 크리스틴 러셀(52.여), 헬렌 스탬프(51.여), 베티 블랭큰십(50.여) 등 5명. 블랭큰십을 제외한 4명은 혼혈 고아였다. 홀트 부부의 헌신적 보살핌으로 미국 사회에 정착한 이들은 대학 교직원, 자동차 딜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배우자를 만나 자녀들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특히 라스트는 필리핀에서 3명의 아들을 입양하며 양부모의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12일 홀트아동복지회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복지회 이사장으로 있는 홀트 부부의 친딸 말리 홀트(70)를 위한 칠순잔치도 열 예정이다. 대전에 있는 미혼모의 집을 방문해 미국 입양아들의 현실을 알려주는 시간도 갖는다.

라스트는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입양하게 된 우리를 걱정해 주는 한국인의 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며 "길러주신 양부모의 뜻을 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이들 외에도 14세 때 미국으로 입양돼 현재 미 항공우주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스테판 모리슨(49), 시각장애를 이겨내고 복음성가 가수로 활동하는 카렌 존슨(21.여)을 행사에 초청했다. 미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는 폴 신(70.한국명 신호범)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오지 못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들 세 명에게 명예 서울시민증을 주기로 했다.

홀트 부부가 버려진 한국 아이들에게 양부모를 연결해주게 된 계기는 1954년 한국전쟁 고아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다. 다음해 무작정 한국을 찾은 홀트 부부는 혼혈아 등 8명의 전쟁고아를 입양했다. 이후 부부는 자신들의 이름을 딴 '홀트씨(氏) 양자회'를 설립하고 본격 입양 사업에 뛰어들었다.

64년 사망한 해리와 남편의 유업을 이어 홀트아동복지회를 이끌다 2000년 삶을 마감한 버다 여사 모두 경기도 일산에 자신들의 묘를 마련할 정도로 한국 사랑이 각별했다. 홀트아동복지회 말리 이사장도 56년 한국에 와 독신의 간호사로 평생을 봉사하며 살고 있다.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며 한국인을 위해 가장 먼저 자신을 희생한 파란눈의 '한국인'들이다.

55년 12명의 고아를 미국으로 입양 보낸 홀트아동복지회는 지난해까지 모두 9만5000여 명의 고아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줬다. 대부분의 고아가 미국(4만8000명), 프랑스(1만명), 노르웨이(6000명) 등 해외로 보내졌다.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은 약 20%인 2만여 명.

말리 이사장은 "경제력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으나 뿌리깊은 혈연주의 때문에 아직까지 한국 내 입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특히 장애 아동을 키우려는 부모들이 없다시피해 대부분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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