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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시절 4대 게이트 모두 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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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특히 김씨가 2000년 9~10월 진행된 동방금고 불법 대출 사건(정현준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을 불법 도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11일 "정현준 게이트 수사 때 국정원이 차량을 이용한 도청장치(CAS.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로 검찰을 도청했다"며 "당시 국정원 차량이 검찰 청사 주변을 배회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진승현 게이트 당시 수사 상황을 도청하도록 과학보안국(8국) 직원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정현준 게이트 수사 때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 4대 게이트 도청 의혹=김씨가 국정원 내 요직인 대공정책실장을 거쳐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0년 4월. 이후 2001년 11월까지 2차장으로 재직하면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도청을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김씨의 차장 재임 동안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연이어 터졌다. 또 2002년에 불거진 최규선 게이트의 발단이 된 최씨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의 만남이 이뤄진 것도 이 시기였다. 검찰은 김씨와 김씨 측근으로 불리던 국정원의 김형윤 전 경제단장과 정성홍 전 경제과장 등 국정원 간부들이 4대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김씨는 정현준 게이트 당시 정씨의 사업 동반자인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배후 세력으로 지목됐다. 게다가 국정원 출신을 정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부회장에 앉혔다. 이런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정현준 게이트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었다.

검찰은 이미 진승현 게이트 수사 당시 김씨가 수사 상황을 알기 위해 8국 직원들에게 진씨의 회사 인수 및 불법 대출과 관련된 통화 내용을 도청토록 한 사실은 밝혀냈다.

김씨는 진씨에게서 금감원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상태였다. 김씨는 정씨.진씨와의 뒷돈 거래로 사법처리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수사 정보를 미리 알아낼 필요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에, CAS까지 동원해 전방위 도청에 나섰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본인이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정치 사찰이나 노동.언론계 인사들에 대한 도청 때보다 사활을 걸고 수사 정보를 캐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정기적으로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 인사들의 동향 등을 정보 보고했다는 사실은 2002년 최규선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씨는 정보 보고를 위해 2000년 최씨와 김홍걸씨 간의 대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김씨는 청와대에 "최씨를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을 직보했다가 권노갑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과 사이가 벌어졌다. 검찰은 당시 보고 내용이 개인 간의 대화를 엿듣지 않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세세한 것이어서 불법 도청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김씨 등 국정원 간부들이 보물선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공직자 사정 등도 거론"=김씨는 검찰에서 "국가 통치권 보존 차원에서 도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 현안이나 시국 사건 등과 관련한 정보 수집도 불법 도청을 통했음을 시사한다.

▶2000년 6월 의약분업 관련 집단 폐업 사태 ▶12월 한전 민영화와 파업사태 ▶2001년 2월 시작된 언론사 세무조사 등이 도청 대상이 됐을 수 있다. 2000년 4.13 총선과 2001년 10월의 재.보선, 2000년 11월의 공직자 사정 등도 거론된다.

장혜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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