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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건축가가 짓는 재밌고 톡톡튀는 드림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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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이와이아키텍츠의 조장희·안현희·원유민 공동소장(왼쪽부터)이 ‘저소득층을 위한 4000만원짜리 주택’ 모형·사진을 들고 웃고 있다. 저예산을 극복하기 위해 낸 아이디어가 경쟁력이 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미와 아이디어가 있는 건축’을 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적은 예산이 문제였지만 단열용 뽁뽁이 비닐을 지붕 재료로 변신시키며 해결해 나갔다. 작은 땅은 세 가족의 집 거실을 터서 넓게 사용하게 만들기도 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에 도전한 이들은 올해로 오픈 3년차를 맞는 건축사무소 제이와이아키텍츠의 조장희(35)·원유민(34)·안현희(34) 공동소장이다.

전북 진안의 대안학교 선생님 세 가족을 위한 ‘쓰리 원 하우스’ 전경. [사진 제이와이아키텍츠]

 2013년 역대 최연소로 ‘젊은 건축가상’(문화체육관광부 선정)을 받은 이들은 그동안 ‘저예산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아 왔다. 저소득층에게 희망의 공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다음 달 5일 영국 런던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특별함’(out of the ordinary)을 주제로 전시회도 연다.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27팀 중 선발된 이들에게 특히 돋보이는 것은 도전정신이다.

 한양대 동문인 이들이 네덜란드와 국내에서 일하다 함께 사무실을 차린 건 2012년이었다. 패기로 자신만만했지만 8개월을 일감 없이 지내야 했다. 원 소장은 “보통은 주변 지인들의 프로젝트라도 맡아 시작하는데 우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먼저 찾아 나서야 했다. 희망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해비타트로 가서 새로운 형태의 임대주택을 제안했지만, 이조차 처음엔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인연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수개월 후 해비타트 측에서 연락이 왔다. 을릉도 지역민을 위한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또한 비록 실현은 안 됐지만 이들의 공공(公共)주택에 대한 관심은 소문이 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4000만원짜리 집짓기 프로젝트가 출발점이었다. 벌교·장흥·화순·정읍에 이어 현재 무주에서 5호 주택을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포함해 지난 3년 간 이들이 해왔고 또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30여 개다.

 건축계가 주목한 건 이들의 ‘저소득층을 위한 재능기부’만이 아니었다. 아이디어 없이 열정만으로 일할 수는 없었다. 뽁뽁이집, 집 속의 컨테이너, 목구조의 샌드위치 패널집 등 그때그때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 맞춤형 집을 설계했다. 일반 주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완공한 서울 ‘목동 523 주택’의 경우 91.7㎡(약 27평)의 건축 면적에 건축주 가족을 포함해 양가 부모님과 동생 가족 등 총 네 가족이 살 집을 지었다. 밖에서 봤을 때 지상 3층짜리 집이지만, 공간의 층고를 다르게 해서 안에서는 6개의 계단과 미끄럼틀이 있는 집이 됐다.

 전북 진안의 ‘쓰리 원 하우스’는 대안학교 선생님 세 가족을 위한 집이다. 각 세대가 가진 면적은 35.2㎡(약 10평)에 불과한데, 수십 명의 학생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길 원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세 집을 붙이고, 거실을 필요할 때 터서 홀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조 소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저예산을 활용한 훈련을 해왔기에 자신있게 거실을 트자고 제안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열린 건축’을 지향하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금껏 진행한 프로젝트의 과정을 알기 쉽게 공개했다. 문제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결국 해결해내는 작업의 유쾌한 여정이다. 원 소장은 “새내기 건축가에게 장벽은 많지만 앞으로 지역 도서관 같은 공공건물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한은화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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