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경남 사천 항공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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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남 사천의 항공우주박물관을 찾은 유치원생들이 전시된 비행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곳엔 21대의 각종 비행기가 전시돼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8일 국내 유일의 항공기 생산업체인 경남 사천시 진사공단 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입구에 자리 잡은 항공우주박물관. 21대의 각종 항공기들이 전시돼 있는 1만4000여 평의 야외전시장에는 평일에도 관람객들로 붐빈다. 단체 관람을 온 초등학생들이 대형 화물기 앞에서 "와, 이렇게 큰 비행기가 어떻게 날 수 있을까"하며 신기해 한다. 안내원이 B-29기를 가리키며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기종"이라고 설명하자 갑자기 숙연해진다.

항공우주관(305평)에서는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부터 초음속기까지 항공기 발전 단계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2002년 8월 개관한 이 박물관은 해마다 60여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경남 사천의 항공산업이 산업 관광지로 뜨고 있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항공산업을 지역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축제(항공우주 엑스포)를 열고,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으면서 지역경제도 되살아 나고 있다.

◆ 산업도 관광상품=사천에서 항공기 조립생산이 시작된 것은 1991년. KAI의 전신인 삼성항공이 F-16을 조립하면서부터다. 대형항공기 골격재(Stringer)를 만들어 보잉사에 납품하는 ㈜아스트, 과학관측로켓과 함대함(艦對艦) 미사일 부품을 생산하는 두원중공업㈜ 등 쟁쟁한 항공기 부품업체 4곳이 있지만 지역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99년 10월 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대우중공업 등이 KAI로 통합된 뒤 2003년 4월 우리 기술로 만든 기본 훈련기 KT-1B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항공산업을 알리기 위한 축제 준비에 뛰어든 것도 이 무렵이다. 1년여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제1회 '사천항공우주산업 축전'을 열었다. 사업비 7억여원은 경남도 4억원,사천시 3억원 등으로 마련했다.

첫 축제에 21만여 명이 다녀가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자 올해는 26~30일 '사천항공우주 엑스포'로 이름을 바꾸고 축제를 확대했다. 주최 측은 올해 관람객 규모를 30여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 국산 항공기 시대 열어=8월 30일 KAI에서는 고등훈련기 겸 경(輕)공격기 T-50 양산1호기 출고행사가 열렸다. 지난달 초 양산체제에 들어간 T-50은 한국을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생산국 대열에 끼게 한 역사적인 비행기다. 최고속도가 마하 1.5에 이르는 T-50은 평상시에는 고등훈련기로 사용하다 레이더와 미사일을 장착하면 경폭격기로 업그레이드해 쓸 수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토종 비행기는 KAI가 2000년 11월 생산한 공군훈련기인 KT-1. 이 비행기는 일부 구조를 개조해 2003년 5월 인도네시아로 7대를 수출하면서 한국을 세계에서 10여 개국에 불과한 항공기 수출국 대열에 합류시켰다.

KT-1은 94~2000년 F-16전투기를 조립생산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우리 기술로 설계, 제작했다. 국산화율이 가격 대비 65%, 부품수 대비 90%에 이르는 데다 한국 공군이 무사고 비행 1만시간을 돌파해 성능을 입증받았다.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에 5대를 추가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고 앞으로 8대를 더 수출할 예정이다. T-50도 아랍에미리트 연합 등과 수출 협상을 진행중이다. 앞으로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해상초계기(P-3C),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등의 개발과 도입도 추진중이다.

◆ 지역경제 효자=사천의 항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인력과 인프라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기 부품업체 83곳 중 51곳(매출액 기준 83%)이 경남에 몰려있으며 주변의 경상대와 사천 항공기능대, 고성 항공고 등에서 연간 500여 명의 항공기술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경남도와 사천시도 KAI 주변 첨단산업단지 내 10만여평에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트 조성을 추진 중이다. 경남도는 도내에 흩어져 있는 항공기 부품업체들을 잇는 테크노 벨트를 만들어 부품.소재 사업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사천항공엑스포 추진팀 노영주 담당은 "2015년까지 세계 10위권의 항공우주국가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천=김상진 기자<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세계적 곡예 비행 관람 … 사이버 조종 체험도
26~30일 항공우주엑스포

이달 26~30일 '2005 사천항공우주엑스포'가 열리는 경남 사천에 가면 방금 비행을 끝낸 항공기 앞에서 조종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천 진사공단과 공군3훈련비행장 일대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는 관람객들이 항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풍성하다.

하루 두 차례 펼쳐지는 에어쇼에는 세계 최상급 곡예 비행팀인 루마니아 호크팀, 미 공군 F-15 시범비행팀, 한국 공군블랙이글팀 등 8개팀이 참가한다. 국산 항공기인 KT-1,T-50와 경항공기 10여 대의 시범비행도 마련된다. 초경량 항공기 체험과 사이버 항공조종교실, 비행기 제작 코너 등 체험행사도 30여 가지나 된다.

전시항공기 50여 대 중에도 희귀한 기종이 많다. 세계 최대의 수송기인 AN-124가 대표적이다. 이 항공기는 길이 69m, 너비 73m, 높이 68m로 전차와 중거리 탄도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 현재 세계에서 단 2대만 남아 있는 항공기다. 행사 주최 측은 관람객들이 이 비행기에 탑승해 볼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사천항공우주엑스포는 축제형태로 진행된다. 무기발표와 구매 등 비즈니스 행사에 치중한 일반 에어쇼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서도 연간 100여 차례의 에어쇼가 열리지만 축제 형태로 진행되는 곳은 위스콘신주 오스코시 에어쇼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사천항공우주엑스포는 오스코시 에어쇼를 벤치마킹했다.

부대행사로는 항공산업 관련 심포지엄이 열리고 스카이 다이빙 쇼 등도 펼쳐진다.

김상진 기자

에어 쇼에 빠진 부녀
아버지는 진행, 딸은 홍보 도우미

전영윤 엑스포 항공팀장(왼쪽)과 홍보 도우미 지영씨 부녀.

사천 항공우주 엑스포 항공팀장 전영윤(49)씨와 이 행사의 홍보 도우미 전지영(19.사천 항공기능대 1년)씨는 부녀 사이다.

아버지는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에어쇼 진행을 책임지고, 딸은 이 행사의 홍보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첫 행사에 이어 올해도 행사준비에 바쁘다.

아버지 전씨는 1989년 초경량 항공기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 앞장섰으며 항공기 면허 및 교육제도 도입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딸은 새 천년 행사의 하나로 13살이던 2000년 1월 1일 부산 수영비행장~서울 여의도 간을 초경량 항공기로 운항해 화제가 됐다. 그녀는 2001년 1월1일에도 부산~서울 간을 운항해 최연소 조종사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들 부녀는 고향이 수원과 오산 공군 비행장 사이인 경기도 화성이다. 하루 종일 뜨고 내리는 전투기를 보며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전씨는 88년 초경량 항공기를 갖고 들어 온 프랑스인으로부터 조종술을 배웠다. 지영양은 99년 8월 초경량항공협회 이사로 있던 아버지가 주도했던 '개구쟁이 하늘 날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조종술을 익혔다.

"우리는 분단 현실 때문에 항공기 운항에 제약이 많다 보니 '항공문화'라는 개념이 없어요. 이번 행사를 통해 항공기가 갖고 있는 첨단과학과 도전정신을 배웠으면 좋겠어요."(아버지)

"1000m 상공에서 구름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우리 국토가 너무 예뻐요. 비행기를 몰아보지 않으면 이해 못할 거예요."(딸)

이들 부녀가 비행기에 빠진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항공문화를 조금이라도 확산해 보겠다는 생각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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