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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사진 일부러 찍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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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음해를 당한 것도 기가 막힌데 제가 의도적으로 사진을 찍히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누명을 씌우는 것도 참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당과 청와대에 미묘한 골이 파이게 한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설’ 논란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 파동 배후는 K와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힌 김 대표의 수첩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게 발단이다. 그와 관련해 김 대표는 “사진 찍히는 줄 전혀 몰랐다. 그런 것까지 찍는 건 옳지 못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김 대표가 일부러 수첩을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러자 김 대표가 펄쩍 뛴 것이다. 김 대표는 “ 본회의장에서 다른 메모를 찾다가 그게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을 단독으로 찍었던 뉴스웨이 김모 기자도 “카메라에 찍힌 기록으로는 수첩을 열어둔 시간이 2초밖에 안 된다” 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고의 노출설이 떠도는 이유는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6월 26일 김 대표(당시엔 평의원)는 당 비공개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입수해 읽어보고, 대선 막판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을 공개했다”는 발언을 했다. 회의 참석자 몇 명이 그 발언을 언론에 알리면서 김 대표는 야당으로부터 맹공격을 당했다. 다음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대표가 휴대전화로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 확인해준 사람은 서병수·이혜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에도 김 대표가 발언 유출자에게 공개 경고를 날리기 위해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 다.

 당 대표나 중진들이 앉는 국회 본회의장 맨 뒷자리는 회의장 2층에 있는 수많은 사진기자들의 카메라가 주시하고 있다. 중진들의 경우 휴대전화나 수첩을 보려면 철저한 ‘엄폐’ 후 봐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2013년에 이어 또 한 번 ‘노출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 그런 루머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 측 인사는 “김 대표는 청와대와 호흡을 잘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의 노출설이야말로 음해공작”이라고 일축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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