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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점 어린이집 1급 교사가 … 밥 남긴 4세 여아 후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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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천 의 한 어린이집 CCTV에 보육교사가 4세 여아의 얼굴을 손으로 후려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오른쪽 사진은 사건 직후 어린이집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30대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유아의 머리를 후려쳐 넘어뜨리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른 지역 어린이집에서도 폭행 사례가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은 “어떻게 믿고 아이를 맡기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경찰은 유아를 폭행한 보육교사 양모(33·여)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고, 보건복지부는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거나 운영정지하는 등의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어린이집은 복지부의 어린이집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5.36점을 얻어 우수 어린이집이란 인증을 받았으며, 유아를 폭행한 해당 여교사는 1급 교사 자격증 소지자인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그는 지난 8일 낮 12시50분쯤 김치 등 반찬을 남긴 A양(4)에게 남은 음식을 먹이려다 거부하자 오른손으로 A양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A양은 폭행당한 뒤 바닥에 쓰러졌다. 교사가 자리를 비우자 A양이 뱉어낸 음식물을 닦아내는 장면도 담겼다.

 양 교사는 처음엔 “A양을 때린 적이 없다. 그냥 살짝 밀쳤다”고 주장했으나 CCTV를 보여주자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양 교사가 또 다른 아동을 함부로 다루는 장면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측의 대처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폭행 사실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를) 믿고 보내주셨는데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저희 운영은 정상적으로 하오니 보내주시면 성실히 돌보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게다가 폭행당한 아이와 같은 반 아이 아빠라는 네티즌이 “지난해 여름에도 한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맞았다’며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경남 고성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여교사가 5세 남자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고 아이가 토하자 손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타 지역에서도 학부모들의 고발이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엉터리 어린이집 평가=송도의 어린이집은 복지부 평가인증에서 전국 평균(93.7), 연수구 평균(94.25)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보육교사가 2세 아이를 ‘낮잠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동댕이쳐 문제가 된 인천 남동구 어린이집의 점수는 94.33점이다. 그 덕분에 이곳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3번 연속 인증을 받았다.

평가인증제는 안전하고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하지만 시설이나 프로그램 평가에 그치다 보니 아동 학대 등 보육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세·2세인 두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직장맘 안상미(창원시 마산회원구·38)씨는 “어린이집을 고를 때 직접 상담받으러 다니기도 했지만 평가인증 점수를 보고 나라에서 인증한 곳은 안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평가인증제도는 어린이집의 시설과 안전성, 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한 것”이라며 “평가인증과 별도로 어린이집·유치원 통합정보공시 시스템을 통해 CCTV 설치 여부, 아동 학대 전력 등을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단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월 어린이집 내 CCTV 의무화 등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 보육기반과 방석배 과장은 “CCTV 의무화에 대해선 오래 논의돼 왔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 반대 여론도 많아 추진되지 못했다”며 “인천 사건을 계기로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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