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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묶은 시대별 명품 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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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엄정하고 단아한 퇴계 이황의 서체(왼쪽)와 개성있는 이암의 글씨.

고대 서예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의 글씨, 도학자의 단아함이 돋보이는 퇴계(退溪) 이황의 필적…. 한국 서예의 역사에는 명작들이 즐비하지만, 현재까지 하나의 시리즈로 정리된 적이 없다. 태광그룹과 예술의전당이 문화재청의 후원을 받아 추진하는 ‘한국서예명적(韓國書藝名蹟)’ 시리즈는 시대별, 인물별로 한국의 국보급 서체를 책으로 복원하는 야심찬 시도다. 2016년까지 총 15권으로 발간될 시리즈의 첫 5권이 14일 출간됐다. 태광그룹은 이번 사업에 3억원을 지원한다.

 ‘한국서예명적’ 1차분 5권은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해 통일신라 시대의 명필 김생이 쓴 『낭공대사탑비』, 고려 이암의 『무수사장경비·봉하시』, 조선 이황의 『퇴도선생필법』(보물 548-1호), 조선후기 윤순의 『고시서축』(보물 1676호) 등이다.

  중국에서 ‘해동명필(海東名筆)’로 칭송받았던 김생의 글씨가 왕희지를 독창적으로 해석했다면, 고려 이암의 글씨는 송설체(松雪體)를 세련된 미감으로 풀었다. 같은 조선시대지만 이황의 글씨가 엄정한 ‘모범생풍’이라면 윤순은 변화무쌍한 필법을 뽐낸다. 글씨가 증언하는 시대정신의 궤적이다.

  발간을 기념해 학술세미나 ‘전통이 미래다’가 16일 오후 2시~5시까지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3층 일주·선화 갤러리에서 열린다. 02-580-1653.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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