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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 디젤차 대신 가솔린차, 도시가스 대신 벙커C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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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BMW의 대표 인기 차종인 ‘3시리즈’는 한때 91%까지 올라갔던 경유(디젤) 판매 비중이 지난달 83%선으로 떨어졌다. 월간 판매량은 지난해 8월(533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54대에 그쳤다. 역시 독일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의 ‘골프 2.0 TDI’도 지난해 10월 602대까지 올라갔던 월간 판매량이 각종 할인 프로모션이 실시되는 지난해 12월(528대)에 오히려 70대 이상 줄었다. 휘발유(가솔린)보다 가격이 100원 이상 저렴한 디젤을 무기로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했던 수입차 업체들이 기름값 인하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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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유가 파장’으로 산업계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유가 하락을 직접 체감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부터 정유, 도시가스 업체들까지 저유가로 주력 제품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가솔린) 가격은 리터(L) 당 1851.55원(지난해 8월 1일)에서 지난해 말 1591.50원으로 300원 넘게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디젤로 이동했던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호도가 다시 가솔린으로 돌아오고 있다. 14일 본지 취재 결과, 수입 메이커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차종들도 디젤 비중이 지난해 9~11월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국내 메이커들을 살펴봐도 디젤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소형 차종 ‘엑센트’는 지난해 9월 40%에 이르렀던 디젤 비중이 24%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중·대형 차종에서도 소비자들의 디젤 선호도는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의 대표 차종인 중형 세단 ‘SM5’는 지난해 10월 디젤 차량이 1178대까지 판매됐지만 12월에는 967대를 파는데 그쳤다. 대형 세단 ‘그랜저’는 11월 31%까지 올랐던 디젤 비중이 지난달 18%로 하락했다.

 수입차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의 ‘A4 35 콰트로’는 디젤 비중이 90% 이상을 항상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88%선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월간 판매량은 지난해 8월 123대에서 12월에는 88대까지 하락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환경 규제 강화로 유럽 지역에서 디젤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독일 브랜드들은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 덕분에 전체 판매량을 유지해왔다”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저유가 환경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가스 업체들도 저유가의 부메랑을 맞았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울산 등 대규모 공업 지역에서 공장 기계를 돌리는 원료를 도시가스에서 벙커C유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도시가스 업체 가운데 2위 사업자인 경동도시가스는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4%, 영업이익은 34%가량이 감소했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사는 울산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정유업체, 현대자동차 같은 대형 제조사다.

 저유가에 따른 도시가스 수요 감소는 울산만의 일이 아니다. 구미를 비롯한 경북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 중인 영남에너지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산업용 도시가스 공급은 2013년 3억7330만㎥에서 3억1877만㎥에서로 15% 가까이 줄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2012년 12월 벙커C유 값의 93% 정도였던 도시가스 값은 지난해 9월에는 오히려 벙커C유 대비 107%까지 올라갔다. 도시가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100달러에서 40달러 대 중후반으로 하락하면서 도시가스가 다른 에너지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보니 에너지 수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고 말했다.

김영민·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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