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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 정시 탈락, 쉬운 과탐 과목 선택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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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서 수능 만점자 3명이 연세대 의예과 정시에 합격하지 못한 이유는 선택 과목의 난이도 차이에 있었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한 것이다. <중앙일보 1월 13일자 2면>

 연세대 입학처 황정원 차장은 13일 “과학탐구에선 만점을 받은 학생 사이에서도 어느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생겼다”며 “여기에 내신이 합산되니 지원자 사이에서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엇갈렸다”고 말했다. 수능(90%)과 학생부(10%)를 합산·평가하는 이 학교의 정시는 국어·수학·영어 및 과탐 두 과목을 반영한다.

 과학탐구는 총 8개 과목이다. 여기서 생명과학Ⅱ·물리Ⅰ·화학Ⅰ·생명과학Ⅰ을 선택한 수험생이 유리했다. 이 과목 만점자는 백분위 점수가 100이며, 연세대가 반영하는 변환표준점수로 70.25점이다. 이에 비해 지구과학Ⅰ·물리Ⅱ·화학Ⅱ·지구과학Ⅱ를 선택하고 모든 문제를 맞힌 수험생의 백분위 점수는 99이며, 변환표준점수는 69.22점이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 만점자라도 1.03점의 차이가 난다. 백분위 점수란 해당 과목의 전체 응시생 중 수험생의 위치를 나타낸다.

 백분위나 변환표준점수가 과목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은 과목의 난이도가 들쭉날쭉하다는 게 원인이다. 이번에 어렵게 출제된 생명과학Ⅱ 등에서 잘 본 수험생의 표준점수는 쉽게 출제된 지구과학Ⅰ 등에서 모든 문제를 맞힌 수험생의 표준점수보다 높다.

 게다가 생명과학II 응시자는 2점(원점수) 짜리 한 문항을 틀려도 지구과학I·물리Ⅱ·화학Ⅱ·지구과학Ⅱ를 선택한 만점자보다 점수가 더 높다. 생명과학Ⅱ는 출제 오류로 복수정답이 인정되는 소동도 빚어졌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이 때문에 만점을 받은 학생도 내신에 감점이 있다면 1점 내의 근소한 차이로 1차 합격자 발표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만점자가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자 고교 교사들은 “‘물수능’이 몰고 온 혼란상을 반영하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휘문고 신종찬 진학지도부장은 “올해 자연계 수능은 영어·수학 만점자가 속출해 사실상 국어·과탐만으로 지원하는 셈이었다”며 “한두 개의 실수로 대학·학과가 뒤바뀌는 상황이라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천인성·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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