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의정부 화재는 또 일어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5.01.14 00:05

업데이트 2015.01.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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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든 세월호 참사가 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각종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만에 발생한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를 비롯해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 등이 꼬리를 물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번엔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재까지 4명이 숨지고 126명의 부상자를 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당국의 무능함을 질타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허술한 안전점검과 부실한 시스템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정부는 각 분야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 개개인이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안전훈련이나 점검 등을 예전보다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아직 많은 국민이 훈련을 단순히 훈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정도가 우리의 한계일까.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번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발생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2009년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국적으로 30만 가구가 넘는다. 이 같은 화재가 또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많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의정부 참사처럼 화재에 취약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이번 화재의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짚어보자.

 첫째, 화재가 난 건물의 외벽이 가연성 재질로 돼 있어 화재를 급속도로 위층으로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옥상까지 빠르게 번진 것은 건물 외장이 연소하기 쉬운 드라이비트(drivit)로 시공됐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드라이비트는 공사기간이 짧고 공사비도 덜 들어가는 데다 단열 효과가 좋다. 건물 외장공법으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발연성이 높은 스티로폼이나 발포 폴리스티렌 등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은 도시형 생활주택인 경우 고층 건축물인 30층 이상인 건물에 대해서만 건물 외벽에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로 마감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정부 참사 주택처럼 30층 미만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건물 외벽의 불연재 사용 의무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 화재의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따라서 화재에 취약한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과 함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주택가 주변의 불법 주차로 인해 소방출동로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이 난 건물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소방차가 비교적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심에서 화재가 나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 근처까지 빨리 출동했더라도 주택가 주변의 불법 주차로 인해 실제 화재현장에 진입하는 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에도 불법 주차 때문에 진입이 늦어졌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차장 설치 기준이 완화된 탓에 주변 거주자 차량이 좁은 도로의 양쪽에 주차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빨리 출동해도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기 쉽다. 소방출동로를 방해하는 불법 주차는 화재 피해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불법 주차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 혼잡, 주차 문제라면 일본도 우리와 특별히 다를 바가 없다. 일본은 소방출동로를 방해하는 불법주차가 거의 없는데 왜 우리는 개선되지 않는가.

 셋째,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불이 쉽게 인접 건물로 옮겨붙어 화재를 확산시켰다.

 일반 아파트인 경우 인접 건물과 6m 이상 떨어지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처럼 도시형 생활주택은 1m 이상의 거리만 확보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간격이 너무 좁아 인접 건물로까지 화재가 순식간에 번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드렌처(Drencher) 설비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드렌처 설비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건물 안에 설치되는 데 비해 창이나 처마 끝, 외부 출입구, 연소될 우려가 있는 장소의 상부에 설치해 인접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을 분사시켜 다른 건물로의 화재 확산을 막는 소화설비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화재에 취약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안전 관련 법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비용이 더 들어가겠지만 귀중한 생명이 걸린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를 감수해야 한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법 규정을 강화해도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각자가 높은 안전의식을 갖고 유사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돼 있어야 한다. 개인들도 집안에 손쉽게 착용할 수 있는 생활방독면을 갖춘다든지, 소화기 사용법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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