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정부 주차장 천장도 스티로폼 … 오토바이서 난 불 순식간에 번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경찰·소방·전기안전공사 합동 화재감식단이 12일 경기도 의정부 원룸 주택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정밀 감식을 벌였다. 합동감식단은 이날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 등을 조사했다. [오종택 기자]

처음 불이 난 1층 주차장 천장 역시 불에 잘 타는 스티로폼 재질로 시공됐다. 화재로 4명이 사망하고 126명이 다친 경기도 의정부시 원룸 주택이 그랬다. 경기경찰청과 의정부소방서·한국전기안전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 19명이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불이 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Ⅱ를 현장 감식한 결과다.

 감식반에 따르면 대봉그린아파트 주차장 천장은 105㎜ 두께 스티로폼을 넣고 그 위에 얇은 마감재를 덧붙였다. 처음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불이 난 뒤 다른 차량으로 옮겨붙으며 천장 온도가 올라가자 마감재 속 스티로폼에서 불이 났다. 그 뒤 불길은 천장 전체에 있는 스티로폼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을 것으로 경찰과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화염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은 건물 외벽으로 번졌다. 드라이비트는 콘트리트 외벽에 역시 약 100㎜ 두께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색소를 넣은 시멘트를 얇게 덧바르는 방식이다. 여기에 사용된 스티로폼 역시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판단이다. 주차장 천장과 건물 바깥 벽에 사용된 스티로폼 때문에 불이 삽시간에 퍼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불에 잘 타는 스티로폼 단열재를 쓰는 게 규정 위반은 아니다. 소방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국민안전처는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 긴급 현안 보고에서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건축물 외부 마감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국민안전처는 안행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건축물 높이나 용도와 상관없이 외부 마감재는 불연재·준불연재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두 건물이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 화재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와 관련한 안전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처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건물 간격을 제한하는 식으로 관련법 제정 또는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처음 불이 붙은 오토바이 운전자 A씨를 상대로 방화 또는 실화 여부를 조사했다. 또 대봉그린아파트에 있는 A씨의 원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 CCTV에는 지난 10일 A씨가 오토바이를 주차한 뒤 1분여 동안 오토바이를 살펴보는 모습이 찍혔다. 이후 A씨가 건물로 올라가고 다시 약 1분 뒤 오토바이에서 불이 났다.

 1분여 동안 오토바이 곁에 머물렀던 것에 대해 A씨는 경찰에서 “오토바이 열쇠가 잘 돌아가지 않아 그랬던 것”이라 고 진술했다.

 한편 화재 사고 부상자들과 의정부 경의초등학교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은 임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전·월세 보증금을 지원해 달라고 의정부시에 요구했다. 의정부시 측은 일단 3개월간의 생계 및 주거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1인 가구는 월 54만8800원, 가족 수가 많으면 최대 204만1400원까지 지급한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이상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