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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씨 뿌리는 사람' 서울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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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첫 전시되는 밀레의 유화 ‘씨 뿌리는 사람’(1850년, 101.6×82.6㎝). [사진 보스턴미술관]

장 프랑수아 밀레(1814∼75)의 ‘씨 뿌리는 사람’이 국내에 첫 전시된다. 오는 25일부터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밀레-모더니즘의 탄생’ 전이다.

지난해 밀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마련한 전시가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보스턴미술관은 밀레의 작품을 170여 점 소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밀레 컬렉션으로,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앞선다. 1850년 프랑스 바르비종에서 지내던 보스턴 출신의 화가 윌리엄 모리스 헌트를 통해 밀레가 소개된 게 계기다.

서울 전시에는 ‘감자 심는 사람들’ ‘추수 중 휴식(룻과 보아스)’ ‘양치기 소녀’ 등 대표작을 포함한 밀레의 유화 25점, 밀레와 함께 바르비종·퐁텐블로 등지에서 활동한 코로·루소·모네의 그림 등 총 64점이 나온다.

 ‘씨 뿌리는 사람’은 1850년 프랑스 살롱에 전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평범한 농부가 커다란 캔버스에 영웅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밀레를 본받아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반 고흐는 이 그림을 여러 차례 모사했다. 한때 목사가 되고자 했던 반 고흐는 신약성서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다’는 비유로도 등장하는 이 주제를 특히 선호했다. 프랑스 아를 시절인 1888년 6월 반 고흐는 친한 화가 에밀 베르나르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씨 뿌리는 사람’의 스케치를 보내네. 흙을 온통 파헤친 넓은 밭은 선명한 보랏빛을 띠고 있지. 잘 익은 보리밭은 옅은 진홍색을 띤 황토색이네. 노란색에 보라색을 섞어서 중성적인 톤으로 칠한 대지에는 노란 물감으로 붓질을 많이 했네. 실제로 대지가 어떤 색인가는 별로 관심이 없네. 낡은 달력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

 ‘씨 뿌리는 사람’은 20세기 들어 혁명 혹은 계몽의 씨앗을 뿌린다는 의미로 쓰였다. 1921년 일본에서는 프롤레타리아 문학 동인지 ‘씨 뿌리는 사람’이 창간됐고, 미국의 출판사 ‘사이먼과 슈스터’는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 속 인물로 만든 로고를 1924년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서순주 전시감독은 “‘씨 뿌리는 사람’의 국내 첫 전시를 맞아 반 고흐의 작품도 대여해 함께 걸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밀레는 이전엔 회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평범한 농민을 영웅적 모습으로 그리며 주제의 혁명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5월 10일까지. 성인 1만4000원, 만 7∼12세 8000원. 1588-2618.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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