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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잃은 '쌍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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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0일 아시안컵 오만과의 1차전에서 오른쪽 정강이를 다친 뒤 고통스러워하는 이청용. [뉴시스]

55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이 엄청난 악재를 맞았다. 대표팀 에이스인 오른쪽 공격수 이청용(27·볼턴)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아시안컵 남은 경기를 못 뛸 수도 있다.

 이청용은 12일 캔버라의 한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고 오른쪽 정강이를 다쳐 3주 정도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13일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은 물론 오는 31일 끝나는 아시안컵의 남은 경기도 사실상 출전이 힘들어졌다.

 이청용은 오만전에서 후반 24분 오만 수비수의 깊은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이청용은 오른 정강이를 잡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힘겹게 다시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후반 27분 오만 미드필더 아메드 무바라크에게 또 태클을 당해 쓰러졌다. 결국 후반 32분 주저앉은 이청용은 들것에 실려 나가며 한교원(25·전북)과 교체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오만전 직후 “이청용이 오른쪽 정강이 부위에 경미한 타박상을 입어 경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은 12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부상당한 3명 중 조영철(26·카타르SC)만 정상이고 김창수(30·가시와)와 이청용은 내일까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남은 시간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청용은 11일에 이어 12일 훈련도 불참했다.

 대표팀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이청용은 미드필더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쌍용’으로 불리는 대표팀의 핵심이다. 기성용은 주장이고 이청용은 부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따라서 이청용의 이탈은 기성용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오만전 결승골도 이청용 발에서 시작됐다. 이청용이 볼을 가로챘고 이를 구자철(26·마인츠)이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쳐내자 조영철이 달려들어 골을 따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빨리 이청용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이청용의 백업 멤버인 한교원이나 측면도 소화 가능한 미드필더 남태희(24·레퀴야)가 대체 자원으로 거론된다.

 이청용으로서도 너무 아쉬운 부상이다. 4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11년 7월 31일 잉글랜드 5부리그 뉴포티카운티와 프리시즌 경기 도중 톰 밀러(25·잉글랜드)에게 살인 태클을 당했다. 이청용은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모두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뒤 10개월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오만전 때 다친 부위도 똑같이 오른쪽 정강이다. 이청용의 다리에는 지금도 금속핀 3개가 박혀 있다.

 이청용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중요했다. 지난해 10월 소속팀에서 닐 레넌(44) 감독이 부임한 뒤, 두 달 연속 볼턴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는 등 펄펄 날았다. 26경기에 출전해 3골 6도움을 올린 이청용에 대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와 헐시티 영입설도 나돌았다. 그러나 부상 때문에 꿈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

 대표팀에는 부상 주의보가 발령됐다. 오른쪽 수비수 김창수도 오른쪽 허벅지 타박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또 일교차가 10도 이상 나는 캔버라의 날씨 탓에 손흥민(23·레버쿠젠)이 감기에 걸려 12일 훈련에 불참했다. 손흥민도 쿠웨이트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일본, 첫 경기 승리=일본은 12일 호주 뉴캐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본선 D조 첫 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엔도 야스히토(35), 오카자키 신지(29), 혼다 게이스케(29), 요시다 마야(27)가 연속골을 터뜨렸다.

캔버라=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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