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속으로] 올해 여의도 움직일 키 플레이어 10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평화와 순종을 뜻하는 양의 해라고 해서 정치권 인사들이 ‘온순’해질 리는 없다. 올해는 박근혜 정부 3년차이자 실질적으로 19대 국회의 마지막 해다. 정치권은 더 요동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 핵심 정치인들의 발끝을 보면 올 한 해의 정치지형을 읽을 수 있다. 새누리당 6명, 새정치민주연합 4명 등 10명의 키 플레이어들을 통해 올해 정치권을 들여다본다.

당협위원장 선출, 보궐선거 숙제
대선 지지율 1위 기회이자 부담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무성 대표. 원조 친박인 그가 ‘비박’ 명찰을 달고 승리한 건 지난해 새누리당의 톱뉴스였다. 처음엔 순항하는 듯했지만 대표로 재직하던 지난 7개월 동안엔 곡절도 많았다. 개헌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 양상을 빚었고, 연말엔 친박계 인사들이 그를 공격하고 나서 계파 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치적 대응을 자제하며 낮은 행보를 이어갔다. 개헌에 대한 소신은 잠시 접고 박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총대를 멨다.

 취임 2년차인 올해는 지난해 미완으로 남겨둔 문제들이 청구서가 되어 날아들 조짐이다.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의 국회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

 계파 갈등을 촉발시킨 당협위원장 선출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생겨난 4·29 보선은 새로운 숙제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여전한 핵심 과제다. 김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점이 김 대표에겐 기회이자 제약요인이다. 내년 총선까지 리더십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박 대통령과의 매끈한 관계도 중요하지만 정치리더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도 있어서다.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 다시 세워
“친박 불이익 가만있지 않겠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에겐 ‘맏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으로부터 정치를 배운 ‘상도동계 맏형’, 박근혜 대통령을 두 번이나 도와 집권을 이뤄낸 ‘친박의 좌장’ 등이다. 주변을 아우르는 품이 넓고 선이 굵다. 그런 그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신 건 친박계에 충격이었다. 하지만 흔쾌히 승복하고 김무성 대표의 손을 들어줘 “역시 맏형”이란 소리를 들었다.

서 최고위원은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달라졌다. 김 대표를 상대로 각을 세우고 있다.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내정과 당협위원장 선출 방식 등에서다. “계파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서 최고위원이 이 같은 우려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전면에 나선 건 계파의 수장이란 위치 때문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에게 부담이 가지 않게 꼭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려 했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 친박이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협위원장 선출 등에서 친박계 인사들은 서 최고위원에게 기대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당 내부는 시끄러워질 수 있다. 청와대-김 대표-친박계라는 새 개의 축 사이에서 서 최고위원이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새해 여권의 정치지형은 달라질 수도 있다.

행정 경험 많아 ‘총리설’ 나돌아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변수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에 무혈입성한 이완구 원내대표는 별명이 ‘해결사’다. 그가 단독 입후보로 당선되자 그를 잘 아는 정치권 인사들은 “이런 게 이완구의 정치력”이라고 했다. 잠재 경쟁자들을 설득해 물러나게 한 능력은 야당 파트너를 상대로 해서도 빛을 발했다.

 이 원내대표는 강성으로 분류돼 온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를 만나 무리 없이 원내 현안들을 다뤘다. 지난해 12월엔 바뀐 파트너 우윤근 원내대표와 12년 만에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 결과, 이 원내대표에겐 ‘차기 국무총리’ 설이 따라붙었다. 행시 출신으로 충남경찰청장 등을 지냈고, 민선 충남지사 등 굵직굵직한 경력을 갖췄다. 그가 정홍원 총리에 이어 총리직에 오르게 되면 현 정부 최고위직에 오른 충청 출신(충남 청양) 인사가 된다. ‘이완구 총리설’이 현실이 되는 데엔 개각 시기가 변수다. 그는 4월 말이 임기다. 최대 과제는 4월로 미뤄진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다. 이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공시킨다면 삼청동(총리공관)으로 가는 길은 탄탄대로다. 반면 개각 시기가 앞당겨지면 ‘총리설’은 설에서만 끝날 수 있다. 개혁 과제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에겐 능력 있는 총리보다 능력 있는 집권당 원내대표가 지금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당이 서로 배려하고 단결 이뤄야”
원내대표 세 번째 도전 출사표

장발에 수염도 깎지 않은 채 진도 팽목항을 누비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4선 의원인 그는 지난 7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복귀 신고를 했다. 머리도 말끔하게 깎았다. ‘의원’ 이주영은 “올해가 청양의 해인데 청양은 평화, 정의, 청렴을 상징한다. 이런 신조들을 잘 지키면서 당이 서로 배려하고 화합해 굳건한 단결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짧아진 머리카락과 그의 발언을 두고 사람들은 “사실상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출사표”라고 했다.

그에게 원내대표는 ‘숙원’이다. 공식 도전은 세 번째지만 내용적으론 네 번째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 목전까지 갔지만 해수부 장관으로 차출돼서다. “이완구 원내대표를 만들기 위해 여권 내부에서 교통정리를 한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 의원은 위기를 기회로 잡아챘다. ‘세월호 사건’은 이주영 장관에게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소통의 정치인이란 빛나는 훈장을 달아줬다. 더 탄탄해진 정치 기반은 그에게 4전5기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당내에선 “이 의원에겐 원내대표 경선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경선 시기가 빨라지면 정부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 의원을 ‘친박’으로 꼽는 이가 많지만 교유의 폭은 친박과 비박을 넘나든다.

사무총장 고사, 원내대표 도전장
“청와대에 할 말 해야” 비박계 지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면서다. 야당 문 위원장이 유 의원을 높이 친 이유는 ‘균형감각’에 있었다. “치우치지 않으면서 소신이 확실한, 여야에서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2000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유승민 의원은 15년간 여권의 핵심브레인이었다. 그런 유 의원이 이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구도로는 이주영 의원과의 2파전이 점쳐지고 있다.

 유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 친박’이다. 그러나 요즘엔 오히려 중도·비박계 인사들의 지지를 더 받고 있다. “원내사령탑도 청와대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게 중도·비박계 인사들이 지지하는 이유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인사다.

 유 의원은 지난해 김무성 대표가 제의한 사무총장직을 고사하고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해 왔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대구·경북의 간판급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친박계가 “원내대표만큼은 친박이 해야 한다”며 이주영 의원 측에 기울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를 극복해내는 게 숙제로 떠올랐다.

원내대표 출마자들 러브콜 받아
“상임위 활동 집중, 내실 다질 것”

지난해 하반기를 가장 화려하게 보낸 정치인 중 한 명이 나경원 의원이다. 7·30 재·보선에서 재기에 성공해 새누리당 내 유일한 3선 지역구 여성 의원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권이 단일화라는 협공을 했으나 살아돌아와 당내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과거 선거에서 그를 괴롭혔던 각종 ‘안티’도 사그라들 만큼 7·30 재·보선 승리의 힘은 컸다. 그런 나 의원에게 올해의 목표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역도 그렇고 중앙정치나 의회에서도 발을 땅에 딱 붙이는, 착근하는 시기로 삼겠다”며 “개인적으로 외교통일위 등 국회 상임위 활동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정치를 바탕에 깐 의회정치로 바닥을 탄탄하게 다진 뒤 ‘두 번의 실패’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 같다. 특히 북한인권법 등의 해결에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당의 상황은 그를 상임위에만 집중하게 내버려둘 것 같지 않다. 나 의원의 캐스팅보트 능력을 욕심 내는 당내 인사가 많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유승민·이주영 의원이 그렇다. 둘 다 영남 출신이다 보니 수도권 여성 3선인 나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영입해 표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몸값이 비싸진 나 의원은 “나는 (무엇을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당내 시선은 나 의원의 선택에 쏠려 있다.

당 대표 출마 … 통합 중요한 과제
“총선 승리, 정권교체 이끌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의 유력후보인 문재인 의원은 지난 7일 예비경선(컷오프) 통과 후 이틀간 전북 지역을 다녔다. 9일 오전엔 김제 재래시장을, 오후엔 익산을 방문했다. 부산 출신인 그로선 당의 최대기반인 호남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당권 경쟁에 뛰어든 이후 가는 곳마다 ‘이기는 정당론’을 외치고 있다.

 “추락하는 당을 살려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길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대선 얘기를 조기에 꺼내는 이유는 2012년 대선과 총선 연패로 상심한 지지자들에겐 ‘이기는 정당’만한 효과적인 메시지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로서도 총선 승리야말로 다음 대선을 다시 노려볼 지름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대표 출마에 정치생명을 거는 모험을 택했다. “대표로서 상처를 입으면 차기 대선에 아예 못 나갈 수도 있어 잘해야 본전”이란 만류를 뿌리쳤다. 그는 경선과정에서 “당을 ‘수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신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누차 선언했다.

 하지만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통합’이다. 당 안팎엔 “문재인이 대표가 되면 비노무현계 인사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말도 돈다. 1차적으론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대표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 ‘혁신’과 ‘통합’의 양 칼로 ‘야당 대표 문재인’의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명운이 걸려 있다.

‘대권 무욕론’으로 킹메이커 자임
“차기 주자들 공평한 기회 줄 것”

문재인 의원과 함께 ‘빅2’로 분류되는 박지원 의원은 9일 경남 창원과 제주를 찾았다. 창원에선 경남지역 위원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호남 출신인 본인의 취약지역에서 박 의원은 “경남지역의 당 지지율을 10% 높이기 위해 이 지역에 비례대표를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내세우는 강점은 ‘대권 무욕(無慾)론’이다. 대권에 욕심이 없는 자신만이 사심 없이 총선과 대선 준비에 올인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의원과 차기 경쟁을 벌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타 차기 주자군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실제로 박 의원은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대선 주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다. 차기 주자들을 잘 관리해 ‘킹메이커’의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는 정치권에 인맥이 넓고 남북관계에도 밝다.

당 대표가 된다면 여야를 넘나들며 노련하게 당을 이끌고, 남북관계 개선에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야당에서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등 당·정·청의 요직을 거쳤지만, 아직 한 번도 당 대표직을 맡은 적은 없다.

그에게 2015년 당 대표 경선은 그런 점에서 73세에 나선 새로운 도전이다.

86그룹 리더 … 경선 다크호스로
“세대교체로 강력한 야당 만들 것”

야당 대표 경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인영 의원은 9일 전북지역을 누볐다. 전주에서 시민단체 원로들과 조찬을 했고, 전통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도 했다. 그는 “리더십의 전면 교체보다 더 강력한 야당을 만들 길은 없다”며 “세대교체보다 더 확실하게 이기는 길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컷 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한 뒤 이 의원의 일성은 “이제 반란은 시작됐다”였다. 반란은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다. 대표 경선에 정치인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번 경선을 ‘낡은 세력을 대표하는 두 후보와 이인영의 2대 1 싸움’으로 규정한다. 친노·비노 싸움에 지친 당원·대의원들이 ‘이인영 돌풍’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그가 대표직을 거머쥐는 대이변을 일으킨다면 2015년 야권의 신상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대표가 되더라도 2017년 대선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86그룹(1980년대 학번·60년대 생)의 리더’에다 ‘충청(충주) 출신 수도권 지역구(서울 구로갑) 의원’인 그에게 대표 경선은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다.

 그는 ‘86그룹 한계론’의 극복이란 과제도 안고 있다. 운동권 정서를 뛰어넘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계파싸움 속에서 늘 이기는 계파 쪽이었던 야당 86그룹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사이 멀어진 장하성 등과 화해
“야당 개편 움직임 땐 역할 할 것”

전당대회 출마를 마다한 안철수 의원이 2015년 벽두부터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새해 첫 공식일정은 13일 고려대 장하성(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하는 특집 좌담회다. ‘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란 행사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부터 최측근으로 불리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 전후로 사이가 멀어진 장 교수와 다시 만났다.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재기를 모색해온 안 의원이 공을 들인 게 곁을 떠난 옛 측근들과의 화해였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옛 측근 일부가 그간의 ‘안철수 스토리’를 묶어 대담집을 내고 또 다른 측근들은 신년 모임을 계획하며 재결속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과는 거리를 유지하며 옛 측근들을 모으는 양상이라 그의 새해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안 의원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만약 새정치민주연합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야당이 더 분열되고 위기상황에 몰릴 경우 정계개편 움직임이 격화될 수 있다”며 “그때 안 의원의 역할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로 활동하든 주류와 손을 잡든, 아니면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든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정치인 안철수의 역할 공간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가영·이지상·정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