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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사로잡은 소비 부자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오른쪽부터)1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3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4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경기회복의 희망이 보인다. 포브스코리아가 분석한 ‘2015 한국 100대 부자’의 재산 총액이 2013년 1월과 비교해 22조9156억원 증가했다. 100대 부자 커트라인은 2127억원에서 2894억원으로 높아졌다. 2014년 삼성SDS, 제일모직 같은 ‘대어(大魚)’를 비롯해 쿠쿠전자, 인터파크INT 같은 비상장 기업이 상장하면서 재산이 큰 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시장 성장의 혜택도 누렸다.

2015년 한국 100대 부자의 재산 평균이 1조원을 넘었다. 2년 전보다 2292억원 늘어난 1조1660억원이다. 2015년 순위에서 31명이 ‘1조원 클럽’에 들었다. 2013년에 1조원 넘게 가진 부자는 24명이었다. 2003년 1조원 이상 거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일했다.

2015년 역시 한국의 100대 부자 1위는 이건희 회장이 차지했다. 재산은 12조3838억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2년전 143만원대에서 129만8000원(2014년 12월 3일 기준)으로 내렸지만 삼성생명 주가가 9만원대에서 12만원대로 올라 재산이 1조가량 늘었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소유하고 있다. 2014년 11월 그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중에 그룹의 방산·화학계열사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매각해 재계가 들썩였다.

두 그룹 간 ‘빅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존재감이 커진 가운데 이 부회장의 재산 순위 역시 4위에서 2위로 뛰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가 급등으로 2년만에 재산이 4조원 가까이 오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회장을 제치고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부자 순위 2위를 차지한 것. 이 부회장은 2014년 상장한 삼성SDS, 제일모직 지분을 각각 11.25%, 23.24% 소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역대 최고 청약경쟁률인 194.9대 1을 기록하며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가 넘는 11만3000원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부회장이 가진 제일모직의 주식가치만 3조5000억원을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위 올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부자(父子)는 4·5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 하락, 수입차의 내수시장 공세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2014년 9월 10조5500억원에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한 이후로 현대차의 주가 역시 하락세다. 정의선 부회장의 재산은 늘었다. 그가 지분 31.88%를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2년 전 23만원대에서 현재 28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6위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은 SK C&C의 주가 상승으로 재산이 2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 회장의 SK C&C 지분율은 32.92%로 이 주식가치가 재산의 99% 이상을 차지한다. SK C&C 지분 10.5%를 소유한 최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역시 재산이 2년전 5156억원에서 1조 1393억원으로 늘었다. 순위는 19계단 상승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눈에 띄는 부호 중 한 명이다. 2014년 5월 다음과 ‘깜짝 합병’을 발표한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로 주식의 22.23%를 소유하고 있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몫까지 더하면 지분율이 39.61%에 달한다. 그의 처남인 형인우씨가 지분 2.76%를 소유해 2200억원대 부호가 됐다.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부재중임에도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CJ E&M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으로 부자 순위 12위에 올랐다. 2013년 10위권에 들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삼성가 자매(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약진으로 13위에 머물렀다.

2015년 한국 100대 부자의 키워드는 중국(China)과 소비(Consumption)의 ‘2C’다. ‘대륙(중국)’을 사로잡은 부자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 ‘2C 돌풍’의 선두주자는 서경배 회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3분기까지 중국에서 32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수치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다. SPC 그룹 역시 성공적인 중국 사업을 바탕으로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를 넘어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까지 진출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재산 순위는 40위에서 19위로 상승했다.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등도 중국 수요 기대로 한국 100대 부자 반열에 새롭게 올랐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 박관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 송병준 게임빌 사장은 각각 50·99·100위에 올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회장에 이어 ‘게임 부자’의 저력을 과시했다.

2년 전보다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부자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3390억원에서 9724억원으로 증가해 순위가 껑충 뛰었다. 1조901억원으로 29위에 오른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은 2013년 네이버의 분할상장으로 1조원 클럽에 합류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역시 재산이 두 배로 늘었다. 김상헌 동서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등도 주가 상승에 따라 재산이 증가했다.

반대로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부자는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다. 주식가치가 7114억원에서 3351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밀폐용기업계를 대표하던 락앤락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쳐 2011년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락앤락은 유아브랜드 ‘헬로베베’를 내세워 중국 유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2008년 한국 부자 순위 1위에도 올랐던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는 조선업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고전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소유한 그의 재산은 1조6091억원에서 941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교육 부자’의 쌍두마차로 불리던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역시 순위가 하락했다.

최연소 부자는 한화그룹 김동관 실장

한국의 100대 부자들은 누구일까. 조인스 인물정보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이들의 이력을 조사해봤다. 100명의 평균 나이는 57.8세였다. 최고령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으로 93세다. 그는 1949년 27세에 일본에서 롯데를 창업해 유통 재벌가를 이룩했다. 최연소 부자는 32세의 김동관 한화솔라원 실장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실장이 가진 한화 지분은 4.44%다. 또 경영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한화S&C의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송병준 사장은 30대 부자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스스로 재산을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다. 가장 많은 나이 대는 60대였고, 일흔을 넘긴 부자는 20명이었다.

100명 가운데 여성은 10명이었다. 부부의 재산을 따로 계산해 홍라희 리움 관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 김영식 여사(구본무 LG그룹 회장 부인), 유정현 NXC 고문 (김정주 NXC 회장의 부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재산이 많은 여성 부자는 홍라희 관장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아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SDS 상장으로 100대 부자 순위 9위를 차지했다.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바로 뒤를이어 10위에 올랐다. 둘의 보유주식 수는 같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이 삼성자산운용,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해 1000억원의 차이가 벌어졌다.

삼성가 재산이 전체의 22% 차지

삼성그룹 일가의 재산을 모두 더하면 26조2474억원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현대가에서 8명, LG그룹과 GS그룹에서 각 6명, 롯데·KCC·효성그룹에서 각 4명, 영풍그룹에서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자수성가형 부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이상일 일진그룹 회장,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을 포함해 30명으로 2013년보다 3명 늘었다. 이 가운데 13명이 50위 안에 들었다.

2015년 새롭게 순위에 오른 신흥부자는 26명이다.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2855억원),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2828억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2826억원), 남승우 풀무원 사장(2821억원) 등은 근소한 차로 100위권에 들지 못했다. 주력 회사의 주식을 특수관계인과 함께 소유해 지분율이 불분명한 유상덕 삼탄 회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어떻게 선정했나

보유한 주식 지분가액을 집계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 평가는 2014년 12월 3일을 기준으로 했다. 비상장 주식은 기업의 주당순자산에 동일 업종 상장회사의 평균주가순자산비율(PBR)을 반영해 산정했다. 2013년 기준 배당금도 포함했다.

주식 외 금융자산은 반영하지 않았지만 최근 알려진 100억원 이상의 매각 자금은 현금 자산으로 포함했다. 부동산 자산은 반영하지 않았다. 부부 재산은 합산하지 않고 따로 계산했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은 2009년 C&M 주식 매각으로 1조4500억원을 손에 쥐었지만 그 동안의 투자처가 불분명해 순위에서 제외했다. 주식 가치만보면 2849억원이다.

글=최은경·김현준·함승민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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