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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대북전단은 진실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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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무드에 ‘대북전단’이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6일 ‘제한적으로 정부가 대북전단을 제재할 수 있다’는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온 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가속되는 양상이다. 국회는 8일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은 ‘대북전단’문제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거론하며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통일부는 “필요시 안전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또 다른 변수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촉발된 소니 픽처스의 영화 ‘인터뷰’ 해킹 문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북한을 비난했고, 새해 들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개봉을 취소했던 소니 픽처스도 “협박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영화를 온ㆍ오프라인으로 풀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암살시도를 다룬 이 영화를 ‘쓰레기’라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대북전단'과 영화 ‘인터뷰’라는 두 변수의 접점에 ‘인터뷰 DVD 살포’문제가 있다. 그동안 대형풍선을 통한 대북전단 살포 운동을 펼쳐온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미국인권단체 ‘인권재단’(HRF)과 함께 오는 20일쯤 영화 인터뷰 DVD를 북한지역에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9일 “인터뷰 DVD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면서도 “공문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애매한 입장을 반복했다.

9일 박상학 대표에게 ‘대북전단’의 본질적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

-대북 전단이 가지는 의미는?

="진실을 알리는 원초적 북한인권 활동이다. 우리는 대북전단을 ‘진실의 편지’라고 부른다. 전화도 못하고 편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거짓과 위선에 속는 북한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영화 ‘인터뷰’ 해킹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프랑스도 언론사 테러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했다. 왜 한국은 반대로 가는 것인가. 한발 양보하면 두발 양보하게 된다. 마키아벨리도 “악마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악마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전단이 실제 효과가 있나?

="남한에 북한에서 오신분이 2만 8000명이 있다. 그 분들 중 많은 수가 대북전단을 봤다고 한다. 지난해 함경북도 김책에서 오신 분도 전단을 받았다고 반가워 하시더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두려워하는 이유도 실제로 북한에 전단이 도달하기 때문이다. 신격화 된 김정은을 무너뜨릴 수 있는 도구가 대북전단이다."

-남북관계를 생각해서 자제가 필요하다는 이야도 있다.

="남북관계가 김정은과 대한민국 정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면 공허한 이야기다. 그 말 속에는 북한 인민이 빠져 있다. 김정은 보다 2500만 북한 인민이 우선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말 국익에 필요한 일이라면 당분간 양보할 수 있지만 인권이 우선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허가제’ 논의가 나온다.

="김정은 협박에 굴복해서 우리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도 결국 개봉했다. 허가제를 도입한다면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사고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법원에서 ‘상황에 따라 정부의 대북전단 제재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우리 주민의 생명권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 대북전단 때문에 평화가 깨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북한이 말하는 논리다. 대북전단이 진실을 알리는 행동이라는 본질을 잊고 있다. 총을 쏘는 북한이 나쁜 것이지 대북전단이 나쁜 것이 아니다.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대북전단을 제재한다면 다른 대북 인권활동도 모두 접어야 한다."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도 열에 아홉은 비공개로 살포한다. 주로 노동당 창립절이나 김정은 생일 같은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날만 공개적으로 살포했다. 북한 주민이 대북전단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두번째로 지속적으로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언론에 노출이 되어 우리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과 후원이 없으면 북한인권 활동도 못한다. 일각에서 돈을 노리고 활동한다고 비난하지만 우리는 도덕성을 기준으로 인권활동을 하는 것이다. 나도 자식이 있다. 북한이 자식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마당에 돈을 목적으로 활동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우리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측면도 있다.

="주민 불안도 과장됐다.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주민을 선동한다. 주민들도 피해를 우려하는 분도 있고 일부는 우리 활동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다. 정말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경우 우리도 전혀 사람이 없는 지역으로 가서 비공개로 전단을 보낸다."

-통일부 장관 명의의 공문이 오면 영화 인터뷰 DVD 살포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정식 공문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종북 단체는 우리가 물밑으로 정부의 요청에 응하고 나면 국정원에서 뒷돈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돈이 얽힌 문제라고 오해한다. 보수진영에서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비겁하게 포기했다고 한다. 우리도 뜻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1000원, 2000원씩 보내줘서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인데 비공식 요청을 받고 중단할 수 없다. 통일부가 정말 국익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정식으로 자제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을 말해줘야 한다. 투명하고 확실하게 자제요청을 하면 잠시 유보할 수는 있다."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자제를 요청한다면?

="우회로는 없다. 통일부가 객관적인 공식입장을 우리에게 밝혀야 한다. 이번 인터뷰 DVD 살포는 국제인권단체와 함께 하는 행사다. 이 단체 사람들에게 북한의 위협가능성을 말하니 전혀 두려워하지 않더라.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할 우리가 피할 이유는 없다.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다면 바람 등을 고려해 20일 전후로 DVD를 북쪽으로 날려보낼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없는 임의의 장소를 고려하고 있다."

-왜 영화 ‘인터뷰’인가?

="일각에서는 코메디 영화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기쁨조나 최고지도자의 호화생활은 실제 사실에 근거한 것들이다. 많은 부분이 사실에 근거한 작품이다. 어제 평양방송에서도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 북한 정권이 이 영화를 두려워 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북전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대북전단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자면 탈북자들에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알리고, 북한이 어떤 곳인지를 알게 하는 진실의 편지다. 우리는 영리단체도 아니고 북한 동포만을 생각하는 단체다. 그런데 대한민국 내부에서마저 우리를 비판한다면 북한인권은 누가 관심을 가지나. 이건 탈북자로서 사명이고 양심에 따라 하는 일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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