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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단원고 졸업식 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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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를 겪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제8회 졸업식이 9일 오전 10시30분 단원고 강당 단원관에서 진행됐다. 통상 2월에 졸업식을 하지만 단원고는 1ㆍ3학년 교실과 복도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졸업식을 한 달가량 앞당겼다. 낡은 칠판과 책상·의자 등을 바꾸고 복도의 페인트 칠을 다시 하기 위해서다. 2학년 교실은 현재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보존하기로 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3학년 학생 505명과 2학년 생존 학생 75명, 1학년 학생과 학부모 등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졸업식 시작과 끝은 사고로 희생된 2학년 학생들이 장식했다.

식전 행사는 2학년 여학생 33명이 합창을 했다. 가수 이선희의 ‘인연’을 화음을 넣어 불렀다. 곡이 끝났을 때 일부 여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이어 뮤지컬 그리스의 ‘We go together’를 율동과 함께 불렀다. 학생들은 노래가 끝날 무렵 ‘졸업 축하해요♥’라고 쓰인 종이를 들어보이며 곡을 마쳤다. 지난 8일 열린 졸업문화제에서 16개 팀 중 1등을 했다. 강당 의자에 앉은 3학년 학생들은 큰 박수로 후배들의 공연에 화답했다.

졸업식의 마지막은 2학년 남학생 14명이 부른 인순이의 ‘아버지’가 장식했다. 이들은 “졸업 축하드립니다”라며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를 빠져나갔다.

졸업식에서 재학생 송사를 맡은 2학년12반 최민지양은 울먹이며 송사를 읽었다. 최양은 “만발한 벚꽃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던 봄, 모두가 슬픔에 주저앉았던 그 봄에 굳건하고 듬직하게 기둥이 되어준 선배들이 있었기에 거센 파도 같았던 지난 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학교의 울타리를 떠나는 선배들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 하고 그 빈자리를 저희들이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전통을 이어가는 데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며 이별을 고했다.

답사에 나선 3학년12반 오규원군은 “오늘 이 자리에 당당한 모습으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선생님의 은혜와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의 우정,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준 대견한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믿음직한 제자, 좋은 후배,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학부모이자 졸업생 어머니인 학부모회장은 “힘든 역경 속에서 치러지는 졸업이라 더 뜻깊다. 단원고라는 꼬리표 때문에 상처를 받더라도 강하고 담대하게 헤쳐나가달라.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교영 교장은 ‘단원고 제8회 졸업 회고사’를 통해 “4·16 참사로 희생된 2학년 250명 학생들의 넋을 영원히 기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단원고가 여러분의 모교인 것처럼 유명을 달리한 2학년 학생들은 여러분의 동생이며 단원고의 아이들”이라며 “나와 선생님, 우리 어른들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추모와 참회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은 교실에서 부모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 일부 가족들은 2학년 교실을 찾아 책상 위에 놓인 꽃과 과자·사진 등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졸업생 김주용군은 “힘든 일이 많은 한 해였다. 이제는 슬픈 마음을 잊고 꿈을 위해 나아갈 시간이다. 좋은 마음으로 떠난다”며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도 자기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안산=임명수 기자 lms@joongang.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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