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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아들,외동딸 사회성 미숙' 외동아 비하 포스터 논란

중앙일보

입력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출산장려 포스터 공모전에서 ‘외동아’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출산장려 포스터 공모전에서 ‘외동아’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데다, 교육부ㆍ산업통산자원부ㆍ보건복지부 후원으로 공모전을 개최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8월 ‘저 출산 극복, 제3회 GTQ 포스터 공모전’을 열었다. 이 중 논란이 된 건 금상을 수상한 포스터다. 해당 포스터에서는 ‘하나는 부족합니다’라는 제목 뒤로 누렇게 시든 외떡잎과 파릇파릇한 쌍떡잎 이미지를 대비시키고 있다. 제목 밑에는 “외동아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가정에서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이루어 보았으므로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금상 수상작이기 때문에 지난해 8월 11일부터 사흘간 경복궁 제2전시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포스터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외동아를 비하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육아 커뮤니티 등에는 수차례 해당 포스터 내용이 공유됐고 “금쪽같은 내 자식이 이런 비하를 받다니 외동아이를 둔 엄마로서 너무 화가난다”, “외동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너무 화가 나서 항의전화라도 해야겠다”는 등 비난 여론이 거셌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생산성본부는 “작품이 ‘한 자녀’를 부적절하게 표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자녀’ 가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해명 글을 올리고, 심의를 거쳐 시상 취소를 추진하겠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엔 보건복지부가 제작해 배포한 ‘피임은 셀프’ 포스터는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정부부처나 그 산하기관이 사회의 특정층에 대한 편견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엔 보건복지부가 제작해 배포한 ‘피임은 셀프’ 포스터는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 포스터엔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란 제목 밑에 남녀커플이 나란히 서 있다. 남성은 여성의 분홍백 핸드백을 메고 쇼핑백 6개를 양손에 든 뒷모습인 반면, 여성은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채 활짝 웃으며 뒤돌아보고 있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이 포스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유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이 남성에게 모든 걸 의존하는 존재냐” “피임이 여성만의 책임이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초 국민연금공단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포스터 공모전에서 노인 빈곤층을 비하하는 듯한 포스터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초 국민연금공단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포스터 공모전에서 노인 빈곤층을 비하하는 듯한 포스터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해당 포스터엔 폐지를 실은 철제 손수레를 위에, 고급 여행가방을 아래에 놓고 “65세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란 문구를 가운데 뒀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열심히 일해 생계를 책임지려는 노인 빈곤층을 비하하는 내용”이란 비난을 샀다. 이 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는 공단과 함께 전·현직 언론학과 교수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측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을 통해 노인빈곤을 방지하자는 취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조혜경ㆍ윤정민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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