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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포함 … "국민 2000만 명 김영란법 해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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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8일 국회 첫 관문을 넘었다. 김영란법은 당초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이란 이름이었다. 법안의 영역도 세 가지(금품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 방지)였다. 이 중 금품수수·부정청탁 금지 부분은 이견을 해소했다. 그러나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연좌제 논란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일단 2월 중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대신 법안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에 관한 조항만 넣었다.

 ◆금품수수 금지=법안에 따르면 일단 공직자는 대가가 없는 돈이라도 한 번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된다. 그 이하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문다. 현재는 공직자가 돈을 받아도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모두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다. 그래서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사건처럼 스폰서에게 대접을 받은 검사들이 면죄부를 받는 등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앞으론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1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토록 한 법이 실제 적용되면 공직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던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각종 향응 제공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공직자 가족들도 직무관련성 있는 금품을 받으면 공직자 본인이 처벌을 받게 된다. 공직자 가족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으면 공직자가 처벌을 받는다. 100만원 이하는 과태료 대상이지만 연간 누적으로 300만원이 넘으면 형사처벌된다.

 ◆부정청탁 금지=현재는 퇴직한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할 때만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론 현직자들도 예외 없이 부정청탁이 금지된다. 다만 공직자의 업무수행, 국민의 민원제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을 15개로 구체화하고, 예외사유도 7개를 뒀다. 주목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을 의미하는 공직자의 범위에 사립학교와 언론계 종사자까지 포함시킨 대목이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2000만 명에 이를 것(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주장)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사람이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인 셈이다.

 그래서 일부 의원은 “과잉처벌”이라거나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김진태 의원은 “아무리 공직자라도 가족이 받은 돈 때문에 자신이 처벌받아야 하고,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까지 다 포함시키는 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잉주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회의 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부분까지 처벌 대상으로 넣어 위헌적 요소도 많아 법사위로 넘어오면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이가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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