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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카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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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이드 쿠아치(34, 左) 셰리프 쿠아치(32, 右)

프랑스 경찰은 파리 ‘샤를리 에브도’ 건물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용의자 3명 중 2명의 얼굴을 8일(현지시간) 공개 수배했다. 외신들은 이번 테러가 알카에다나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참가했던 이들의 소행인 것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진이 공개된 용의자는 알제리 이민자 2세로 고아로 자란 사이드 쿠아치(34), 셰리프 쿠아치(32) 형제다. 총기로 무장한 이들은 현재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용의자 하미드 무라드(18)는 7일 오후 11시쯤 파리 북부 랭스 지역에서 경찰에 자수했다. AFP는 무라드가 자신의 이름이 소셜미디어에 계속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무라드는 범행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고 차량을 운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범인 세 사람 모두 프랑스 국적이며 쿠아치 형제는 지난해 여름 시리아에서 귀국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동생 셰리프는 알카에다를 돕다 체포돼 3년간 복역했다. 경찰은 무라드가 범행 후 도주할 때 이용했던 시트로엥 자동차에 떨어뜨린 신분증을 토대로 이들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밝혀진 용의자 외에도) 여러 명의 용의자를 더 체포했다”고 말했으며 로이터는 “총 7명이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테러 당시의 상황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필명이 코코인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작가 코니 레이는 테러 당일인 7일 어린 딸을 회사 근처 보육원에서 데리고 돌아오다 건물 출입문 앞에서 테러범과 마주쳤다. 레이는 “마스크를 쓰고 AK-47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두 명이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해 출입문 비밀번호를 눌러줘 들어가도록 해줬다”고 프랑스 신문 뤼마니테에 설명했다. 테러범들은 로비를 지나 접수계원을 발견하고 총을 난사해 숨지게 했다. 이때 레이는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계단으로 올라가 편집회의를 하고 있는 편집국으로 들어가 “샤르브(편집국장 스테판 샤르보이에의 별명) 어딨어”라고 물어 그를 찾은 뒤 총격을 가해 죽였다. 그런 다음 총격에 얼어붙은 다른 만평작가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레이는 “총기 난사 시간은 5분 정도였다”며 “그들은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했으며 예멘의 알카에다 소속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당시 편집회의에 참석했던 프리랜서 기자 시골렌 빈송은 죽음을 모면했다. 그는 “테러범들은 ‘네가 여자라서 죽이지 않겠지만 반드시 이슬람으로 개종해 코란을 읽고 몸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이 샤를리 에브도에서 나와 사살한 경찰 아메드 메라벳(42)은 무슬림이라고 목격자가 전했다. 그는 피살 직전 “정말 날 죽이길 원하느냐. 살려 달라”고 목숨을 애걸했지만 결국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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