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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alk Talk] '현실' 모르면서 '미래창조'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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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며칠 전 국내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한 마디로 ‘빵’ 터졌습니다. “국내 중급 SW 기술자 평균 연봉 5578만원”이라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발표 때문이었죠. 한 매체가 “국내 처우가 나빠 능력있는 SW 개발자들이 해외로 떠난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해명이었습니다. “개발자 연봉이 미국보다 낮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 내용은 개발자 커뮤니티마다 퍼 날라졌고 “기본 연봉 2000만원도 안 되고 야근 수당도 못 받는다”(ID:에이**), “3년차 월 실수령액 150만원”(ID:zi***) 같은 댓글이 수십 건씩 달렸습니다. ‘어이없다’는 반응이었죠.

 미래부의 계산은 이렇습니다. ‘SW기술자 노임단가표’라는 게 있습니다. 건설업의 철근공·용접공 단가처럼 개발자 인건비를 책정한 겁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SW개발비를 산정할 때 적용하지요. 그런데 개발자 노임을 학위·자격증·경력을 기반으로 매깁니다. 저는 4년제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나왔으니 개발자 첫 취업이란 조건만 같다면 제가 고졸인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보다 인건비가 더 높게 책정됩니다. 현실과 안 맞는 거죠.

 어쨌든 미래부는 단가표의 중급 개발자 하루 노임 22만1371원에 연간 근무 252일을 곱해 연봉 5578만원이라고 한 겁니다. 그런데 표 아래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상여금+퇴직급여충당금+법인부담금 모두 포함’이라구요. 노임단가는 여러 비용 중 인건비 비중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미래부는 퇴직금과 4대보험 비용까지 개발자가 실제로 받는 임금으로 계산을 했습니다. 아마도 금액을 부풀리고 싶었던 것이겠죠.

 노임단가라도 미래부가 발표한 대로 적용할 수 있다면 행운입니다. 하청에 하청을 주는 업계 구조를 감안하면 단가표의 노임은 을 정도에 해당하고, 병·정으로 내려가면 노임단가는 급격히 쪼그라듭니다. 헌데 궁금합니다. 미래부 공무원은 개발자들의 이런 실상을 정말 모르는 걸까요. 한 네티즌의 지적처럼 “현실을 알아야 미래도 창조”할 텐데 말입니다.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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