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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회장 선거 "먹고 사는 문제부터" 변호사 2만 시대 최대 화두는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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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생존’. 12일 실시되는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를 지배하는 화두다. 출신·진영 구분 없이 모든 이슈는 변호사의 생존권 사수로 수렴되고 있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의 풍경이다. 특히 당장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 변호사의 표심을 얻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지난해 11월 28일 하창우(61·사법연수원 15기), 소순무(64·10기), 박영수(63·10기), 차철순(63·5기) 변호사 등 4명(기호순)이 후보 등록한 이후 선거전을 통해 하·소·박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후보들은 모두 ‘변호사 수 줄이기와 변호사 일감 늘리기’를 생존 해법으로 제시했다.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하 후보는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를 현재의 2000명에서 1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모든 합의부 사건에 변호사 선임을 강제하는 변호사필수주의 도입 공약이 눈에 띈다. 행정 공무원이 맡고 있는 국가 소송 업무를 변호사 영역으로 가져오겠다고도 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세무 전문가인 소 후보도 ‘밥은 먹고 삽시다. 생존권 사수!’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다. 소 후보는 연간 적정 법조인 수를 700명으로 본다. “로스쿨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법무부로 이관하고 부실 로스쿨을 통폐합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청년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걸림돌인 소송 브로커 척결도 공약으로 선보였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박 후보는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내세우며 “국민의 뜻을 수렴해 최대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해법으로는 정부 소송을 독점하고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정무법무공단을 축소해 민간에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017년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두고는 존치와 폐지로 입장이 갈렸다. 하 후보와 소 후보는 존치 쪽이다. 로스쿨이 자칫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서다. 하 후보는 ‘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존치’를 선거 표어로 내걸고 있다.

 반면 박 후보는 “사법시험은 예정대로 폐지하고 로스쿨 배출 인원을 조율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차 후보도 “선거용 사시·변시 출신 대립 구도는 업계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데 하 후보가 소 후보에 대한 진정을 내는 등 막판 분위기가 혼탁해졌다”며 “최종 선택을 누가 받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변협 회장 선거는 오는 12일 두 번째 직선제로 치러진다. 유효 투표수(1만5640명)의 3분의 1 이상을 얻어야 당선된다. 해당자가 없으면 19일 1, 2위 결선투표로 당선자를 가린다.

전영선·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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