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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억대 농부' 풍년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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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남 고흥군 포두면에 사는 농민 김중권(54)씨에게는 농한기가 따로 없다. 다른 농민들은 겨울이면 가족여행을 가는 등 휴식시간을 갖지만 그는 들녘에서 하루를 보낸다. 요즘도 오전 8시부터 들에 나가 논갈이를 하느라 하루 해가 언제 지는지 모를 정도다. 틈틈히 면사무소와 마을을 돌면서 이장 업무도 본다.

 김씨는 논 730마지기(45만㎡)를 경작한다. 벼농사 하나로 1년에 5억여원의 매출을 올린다. 순수입은 2억5000만원에 이른다. 농지가 광활하지만 무인 헬기로 농약을 살포하고 콤바인·트랙터 등 농기계를 최대한 활용한다. 일손은 3~5명으로 충당한다. 다만 농사를 일년 내내 짓는다. 모내기의 경우 4월 20일쯤부터 두달간, 수확은 8월 20일쯤부터 2~3개월간 한다. 겨울에는 볏짚을 땅에 갈아넣어 지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

 처음엔 농사를 1200여 평으로 시작했다. 억척 같이 일하면서도 밤이면 농업기술센터에 나가 새로운 영농기술을 배우는 등 쉼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되고 전국 새농민상·전남 농업대상(쌀 부문)도 받았다. 지난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시상식에서는 은탑산업훈장을 받는 영예도 누렸다.

 김씨는 “7~8년 전부터 억대 농부 반열에 올랐다”며 “앞으로 논 면적을 늘리는 것보다는 친환경 고품질 쌀 생산 등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고흥군에는 김씨처럼 억대 수입을 올리는 농부가 526명이나 된다.

 전남도는 지난해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린 억대 부농이 4213농가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2013년 12월 1일부터 2014년 11월 30일까지의 농가별 농산물·축산물의 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13년 4065농가에서 3.6%(148농가)가 늘었다.

 이들 중 5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가는 102농가(2.4%)로 나타났다. 2억∼5억원은 604농가(14.3%), 1억~2억원은 3507농가(83.3%)였다. 품목별로는 벼·보리 등 식량 작물이 35%로 가장 많았고 축산 분야가 32%, 채소 원예가 15%를 차지했다.

 전남 22개 시·군 중에는 고흥군의 억대 농부가 52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해남(397명)·강진(385명)·영암(359명)·보성(337명) 등이 뒤를 이었다. 고흥에 부농이 많은 것은 대규모 농지를 가진 농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흥만·해창만 간척사업으로 3200㏊가 조성돼 농지 면적이 전남에서 가장 넓다. 또 석류·유자·참다래 등 난대성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가 많아 소득 증대에 한몫하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지난해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과 수입 농산물 증가 등 어려운 여건에도 고소득 품목 발굴과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친 결과 부농이 많이 늘었다”며 “2019년까지 억대 농부 1만 가구를 육성해 잘 사는 전남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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