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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어렵지 않아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란 말이 있다. 불가능한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하지만 올해 57세가 된 영국인 조각가 윌러드 위건(Willard Wigan)에게 바늘귀는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구멍이 아니라 넓은 캔버스다.

위건은 눈으로는 확인조차 어려운 바늘구멍 속에 신데렐라와 언니들, 날개 단 요정을 조각해 앉혀 놓는다. 안경을 끼고 책을 읽는 귀여운 쥐, 애처롭게 벽에 매달려 있는 파랑새를 만들기도 한다.

위건이 이런 정밀한 세공(細工)을 시작한 건 다섯살 때부터다. 난독증 때문에 읽거나 쓰는 데 익숙치 못했던 위건은 늘 선생님과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어떤 선생님은 “넌 커서 아무 것도 못 할 거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자신을 조롱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서 탈출하고 싶던 위건은 어느날 집 잃은 개미를 위해 나무를 깎아 작은 집을 만들어주면서 뜻밖의 행복을 느꼈다.

이 개미집을 본 위건의 어머니는 “더 작게 만들어 봐. 작게 만들면 만들수록 너는 더 큰 사람이 될 거야”라고 조언했다. 어머니의 말에 힘을 낸 위건은 결국 현미경으로 봐야만 그 모양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작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늘구멍 작품을 한 개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8주 정도.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수술용 메스 또는 다이아몬드 조각이다. 조각 재료는 나일론, 모래, 금, 거미줄 등 다양하다.

위건은 “일을 할 때면 명상의 상태로 접어든다”며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 아주 정적인 상황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숨을 참고, 심장 박동 사이사이의 정적인 순간을 이용해 조각을 한다.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창조해 이 분야의 최고가 된 위건은 “내 작품은 작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위건은 중국, 미국, 영국 등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조은비 온라인 중앙일보 인턴기자
ceb9375@joongang.co.kr
[사진 윌러드 위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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