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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논란' 프랑스 집시 아기, 사망 10일 만에 매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에서 로마(집시)인 부모가 납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묘지 안장을 거부당했던 생후 2개월 된 여아의 장례식이 논란 끝에 5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아기가 유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한 지 10일 만이다. 매장을 거부했던 파리 외곽 샹플랭시의 크리스티앙 르클레르 시장에겐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르클레르 시장은 뒤늦게 아기의 매장을 허용하겠다고 했으나 이번엔 부모가 거부했다. 대신 이웃마을인 위소우스시 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곳 공동묘지에 아기를 묻었다.

8년 전 프랑스에 정착한 아기의 부모는 샹플랭시 판자촌에서 살며 세금을 내지 않았다. 아기가 사망한 후 장례업자를 통해 자신들이 거주하는 샹플랭시 묘지에 매장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르클레르 시장이 거부했다. 그는 르 파리지엥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묘지의 매장 공간 부족을 이유로 "납세자들에게 묘지가 우선 배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르클레르 시장은 “말뜻이 왜곡됐다”며 “매장을 거부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논란은 계속 커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프랑스인들이 다른 이들을 몰아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언급했으며 마뉘엘 발스 총리는 4일 트위터에 "매장 거부는 프랑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AFP통신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자크 투봉 인권보고관이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매년 수천 명의 로마들을 추방하고 정기적으로 거주지를 철거하는 등 강경한 로마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만 여 명에 달하는 로마의 거주 환경은 열악하다. 여아의 부모도 프랑스에 정착한 지 8년인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판잣집에 산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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