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상장사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어닝쇼크’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특히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바람에 에너지·화학업종의 실적이 곤두박질해 어닝쇼크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엔 최경환 경제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증권사들이 앞다퉈 장밋빛 실적 전망을 내놔 심리적 충격은 더 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증권업계 전망치에 40% 이상 못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업계 전망치가 있는 412개 상장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은 영업이익 29조원, 당기순이익 21조원이었다. 그나마 하반기로 갈수록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을 계속 하향 조정한 결과다. 그러나 KDB대우증권이 과거 3년 동안의 4분기 실적치와 전망치 간 괴리율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영업이익은 전망치보다 24% 줄어든 22조원 ▶당기순이익은 43% 감소한 12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은 기업들의 예상하기 힘든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전망치와 실적치 간 괴리가 큰데 최근 3년간 괴리 폭도 넓었다”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재연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상장사 기준으로 2012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9분기 연속 어닝쇼크가 지속된 상황에서 자칫 10분기 연속 어닝쇼크가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동휴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전망에서 4분기 실적이 과다 계상돼 실적치 하락으로 어닝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의 전망치 평균이 이미 하향 조정된 상황이라 다음달 초 예정인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에 얼마나 충격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화학업종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해 어닝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혜를 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수출주의 이익으로도 상쇄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4분기 기업들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정유업종이다. 통상 원유를 들여오는 데 적어도 1개월 이상 걸리는데 원유를 정제하는 순간부터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동휴 연구원은 “유가가 빠지면서 정유·화학업종이 휘청거리고 있다”며 “앞으로 실적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실적치·전망치 간 괴리의 근본적 원인으로 일각에선 정부를 꼽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을 근거로 모 증권사는 코스피 지수가 2500까지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놨다”며 “이런 기대와 달리 막상 상장사 실적이 전망보다 좋지 않아 이 같은 괴리 현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망 신뢰도가 높은 업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연초 이익 전망이 연말에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높은 업종으로 은행, 호텔·레저, 화장품·의류, 소프트웨어, 건강 관리 등을 꼽았다.
한편 증시 개장 첫날인 2일 코스피는 10.85포인트(0.57%) 오른 1926.44, 코스닥은 10.76포인트(1.98%) 상승한 553.73으로 마감했다.
강병철·염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