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BOX] 양띠를 염소띠라고도 부른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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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금화편양(金華鞭羊)’.

“우리나라에 양이 더 많았다면 사람들의 마음도 더욱 편안해지지 않았을까요. 왜 한국에는 고유의 품종이 없었는지 늘 아쉬움이 컸어요.” 전영대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양은 한국에서 소나 돼지처럼 흔하지 않았다. 일단 산이 많고 초지가 적어 양을 키우는 데 환경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서일까.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양과 염소를 잘 구분하지 않았다. 양띠와 염소띠를 섞어 쓰기도 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호랑이·양·말 등 다른 동물에 비해 양과 관련된 민속은 적은 편이다”고 했다. 지난달 국토정보지리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150만여 지명 가운데 양과 관련된 것은 40개에 그쳤다. 반면 용과 말 관련 지명은 각각 1261개와 744개로 집계됐다.

 한자로 양(羊)은 요즘의 면양(綿羊)과 산양(山羊)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로 구분하면 면양은 양을, 산양은 염소를 가리킨다. 서양에선 면양(sheep)과 산양(goat)을 확실하게 구분해왔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목민심서』에서 “옛날에 조선에는 양이 없다. 군현(郡縣)에서 기른 것은 모두 검은 양이었다”고 기록했다. 여기서 검은 양은 염소를 지칭한다. 국내 첫 면양 사육은 고려 때 금나라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까지 양장(羊場)을 설치·운영했으나 풍토병 등으로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우리 민속과 문화에 나타난 양의 이미지를 감상하려면 서울 세종로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유물 76점을 모은 특별전 ‘행복을 부르는 양’이 2월 23일까지 열린다. 02-3704-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