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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새해는 서로 갈등 없이 사람 사이 평화 이루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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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친한 독일 친구가 얼마 전 우리와 같은 20대 후반~30대 때 인생에 대한 생각과 고민, 의심이 가장 많다는 기사를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에 곧바로 공감했던 것은 나도 요즘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과학과 종교, 철학에 대한 고민이다. 이 셋은 인간이 참을 수 없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철학은 질문하고, 과학은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며, 종교는 과학이 아직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닐까.

 오늘부터 새해다. 해마다 새해 첫날은 성탄절 한 주 뒤에 찾아와 종교적인 느낌이 조금 남아 있다. 가톨릭·개신교 국가인 독일에서 자라면서 크리스마스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편안함을 많이 즐겨왔지만, 사실 역사를 살펴보면 종교가 항상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과학과 종교는 예부터 치열한 경쟁자였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찾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종교는 내부싸움도 있다. 십자군은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전쟁이었으며, 지금 중동에선 이슬람 종파 싸움이 한창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해 생긴 ‘서양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심 있는 유럽인들(PEGIDA)’이란 사회운동이 올해 독일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을 조짐이다. 요약하자면 종교는 갈등, 심지어 전쟁의 한 원인도 되곤 한다.

 철학은 셋 중 가장 평화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의 역할은 대답을 찾는 게 아니고 질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하면 의심이 따라오고, 의심하면 다시 질문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의심은 갈등을 방지한다. 아무도 진실을 모르니 질문하고 의심하다 보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겸손함은 평화의 바탕을 이룬다.

 이 말은 믿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믿으면서 의심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심을 통해 아주 중요한 결론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는 서로 다르지만, 모든 종교와 윤리는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것은 곧 사람 사이의 평화다’는 결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세대는 고민이 많다. 주체적인 인간이라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모든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의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강의 수원을 찾으려고 하면 강물 흐름의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대중이 움직이는 방향에 대해서도 항상 의심하고 질문하면서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대답을 찾으려 하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을 수도 있다. 의심하면서 평화롭게 지내자. 그래야 나도, 세상도 건강해진다.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