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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법원장 자유민주주의 지켜낼 책무 명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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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가 예상대로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무난히 통과함으로써 6년간 사법부를 이끌게 됐다. 그는 사법부 수장으로 사법권 독립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면서 동시에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부여받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념적 갈등과 가치의 혼란을 겪고 있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기존 제도를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정치권에서조차 위헌 소지가 있는 정책이나 입법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책임은 바로 사법부의 몫이다. 그 어느 때보다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법관 임명제청권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명씩에 대한 지명권을 갖는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 위원 3명씩을 추천한다. 특히 그가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에 대한 제청.지명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내년 7월까지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9명이 교체된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은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수.서열.성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사법부의 독립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재판제도의 변경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개혁안대로 재판제도를 공판중심주의와 참심제 형태로 바꾸려면 법관 증원과 법정구조 변경 등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유전무죄'니 '전관예우'니 하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법원은 결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법관 구성도 변호사 경력자와 전문가 출신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