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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 건강은 … '뇌경색 지도' 세계 첫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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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56)씨는 최근 대학병원 건강검진 때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다. 의사는 “뇌에 만성 허혈(虛血)이 약간 보인다”고 말했다. 뇌 허혈은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피의 흐름이 막히거나 부족한 상태를 가리킨다. 뇌경색 환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온다. 별다른 자각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불린다. 지난해 2만5447명이 그렇게 숨졌다. 암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2위다. 지금까지는 김씨처럼 병원에서 MRI를 찍어도 자신의 뇌 건강 상태를 자세히 알긴 힘들었다. 허혈이 발견돼도 의사들은 ‘조금 안 좋다’ ‘안 좋다’ ‘많이 안 좋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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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나이대별로 세분화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 뇌경색 정도를 나이대에 따라 1~100등급으로 구분한 ‘한국인 허혈 뇌지도’를 완성했다고 29일 밝혔다. 동국대 일산병원 등 전국 11개 대학 병원과 함께다. 이 ‘지도’와 자신의 뇌 MRI 사진을 비교하면 뇌 건강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연구원의 채균식 국가참조표준센터장은 “허혈 뇌지도를 만든 것은 세계 최초”라며 “한국인의 데이터로 제작돼 국내 환자 진료에 특화된 표준자료”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지도를 만들기 위해 2011년부터 10개월간 각 병원에 ‘처음 생긴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환자 전체(2699명)를 조사했다. 뇌 MRI 사진 약 6만 장을 모았고, 환자별로 나이·체중·혈압 등 700가지 정보를 더했다. 이렇게 쌓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연령대별 환자의 뇌경색 정도를 100등급으로 분류했다. 1등급보다는 10등급이, 20등급보다는 30등급이 뇌경색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지도를 ‘한국인 뇌 MR영상 데이터센터’ 홈페이지(brainmr.com)에 공개했다. 덕분에 누구나 자신과 같은 나이대 환자와 뇌 건강상태를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 연구책임자인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교수는 “뇌경색 위험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표준자료를 완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의 뇌 MRI 자료까지 모아 등급별 뇌경색 위험을 수년 내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뇌혈관 튼튼히 하려면=위험인자인 혈압·당뇨·고지혈증·비만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특히 혈압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같은 겨울의 새벽 운동은 혈압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혈관을 망가뜨리는 담배도 금물이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혈관은 70~80%가 망가질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게 특징”이라며 “60세가 넘고 고혈압·당뇨 등이 있다면 뇌혈관 상태를 자주 점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MRI 등으로 뇌혈관이 좁아진 부위를 찾아내 치료하면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예방법은 운동이다. 의사들은 “빠르게 걷기나 등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김한별·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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