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준공인가 막아놓고 도로 보수에 신호등 설치까지 요구"

중앙일보

입력 2014.12.30 01:09

업데이트 2014.12.30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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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파트를 짓고 시에서 도로 보수를 하라고 해서 했거든요. 그런데 신호등까지 세우라는 겁니다.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으면 트집을 잡아서 준공 인가를 안 내주겠다니 별 수 있습니까?”(지방 한 건설사)

 “음식물쓰레기는 주민들이 매일 밤 12시 이전에 내놓으면 이후에 수거를 하거든요. 주민들이 자정을 넘겨 쓰레기를 내놓고 안 가져갔다고 구청에 민원을 해요. 그럼 구청에선 기업에 보상을 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합니다. 기업 현실을 좀 감안해줬으면 좋겠어요.”(서울의 한 음식물쓰레기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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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조정실이 ‘전수조사’를 언급하면서까지 규제 기요틴(단두대)에 4만 건 넘는 지방자치단체 규제를 올리기로 한 이유는 지자체 규제가 상위 법보다 주민 생활, 기업 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드러나지 않아 개혁의 대상에서 곧잘 피해간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중앙정부가 규제를 완화해도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자치법규가 개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 개혁만으론 국민과 기업의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과 지방 간의 규제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기부채납이다. 현행 주택법상으론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국토교통부도 과도한 기부채납 문화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권고했지만 이를 지키는 지자체는 없다.

 각 시·군·구가 도로·공장·하천 등으로 분류해 도시계획지역으로 설정한 토지도 마찬가지다. 현행 국토계획법상엔 10년 이상 방치한 토지는 매년 재검토해 도시계획지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자체 가운데 적극적으로 ‘방치된 계획지역’을 풀고 있는 곳 역시 거의 없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실장은 “국토부가 나서서 방치된 토지 전수조사에 들어갔지만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버려진 땅을 활용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들쭉날쭉한 규제도 골칫덩어리다. 환경 보호를 위해 도입된 자동차 공회전 단속 기준은 지자체별로 각각 다르다. 서울에선 가스차는 3분, 경유차는 5분 이상 공회전하면 1차 경고, 2차 적발 시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구와 대전에선 10분을 넘기면 단속을 한다. 반면 부산은 아예 공회전이 단속 대상이 아니다.

 재계는 지방 규제개혁 실패의 원인을 ‘수동적인 공무원 행태’와 ‘과도한 재량권’으로 꼽았다. 최근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응한 전국 6221개 기업 가운데 10.8%는 지자체 규제로 경제활동에 애로를 겪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불합리한 규제로 사업 기회를 잃고(4.8%) ▶추가 비용을 지출하거나(5.4%) ▶자원 활용에 차질(8.9%)을 경험하고 ▶매출이 줄었다(9.3%)고 답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주마다 법이 다른 미국에선 지자체별로 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앨라배마주는 주 헌법까지 바꿔 토지를 현대차에 제공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테네시주 역시 최근 한국타이어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연구개발(R&D)센터를 끌어오기 위해 토지 무상 지원을 약속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한국타이어의 경북 상주 R&D센터 건립 계획이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방 규제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선 규제개혁 노력에 따른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차등화 등의 강력한 경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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