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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 뒤집은 시장 파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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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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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Uber)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차량이 필요한 사용자와 차량을 제공하는 운전사를 연결해준다. 크기는 손톱만하지만 파괴력은 핵폭탄급이다. 51개 나라의 택시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전형적인 현상파괴(Destruction of the Status Quo)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버같은 현상파괴자를 ‘2014년 시장 교란자’로 명명했다. 새로운 발상과 신기술로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집고 소비자와 사업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21개의 업체를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명단에는 우버를 비롯해 알리바바와 랜딩클럽, 샤오미 등이 포함됐다. FT는 “시장 교란자로 인해 기존 사업 모델이 무너지고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지만, 또한 새로운 기회도 생긴다”고 밝혔다.

 우버의 경우 차 한 대 없이 230개 도시의 택시 시장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기존 택시 업계의 반발과 행정 당국의 실정법 위반 논란에도 우버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기업 가치는 400억 달러(약 44조원)에 이르렀다. 국내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약 46조3000억원)에 버금간다. 우버의 내년 매출 목표는 100억 달러 정도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분야를 넘어 운송업과 금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교란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택시 호출앱인 ‘콰이디다처(快的打車)’는 중국 택시 앱 시장의 53.6%를 차지했다. 알리바바가 만든 금융상품인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餘額寶)’는 5340억 위안의 자금을 흡수했다. 그 바람에 시중 금리가 오르기도 했다.

 유럽을 넘어 미국과 호주, 중국 등의 소매업체를 위협하는 독일계 할인업체 알디와 리들도 시장 교란자에 이름을 올렸다. 배달앱인 영국의 저스트잇과 인터넷 TV 스트리밍 업체 에어리오, 온라인 P2P 대출업체인 랜딩클럽 등 미디어와 금융업의 전통 사업 모델에 도전장을 낸 업체도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FT는 “기술의 발전은 혁신가에 새로운 도구가 됐고, 그 덕분에 업종간 낡은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음악과 통신 산업을 뒤흔들고, 킨들을 내세운 아마존이 출판업계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에어비앤비가 힐튼그룹이나 IHG보다 더 많은 방을 보유한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정관념을 깬 인물도 시장 교란자로 뽑혔다. 밥 다이아몬드 ‘아틀라스 마라’ 펀드 대표가 그렇다. 리보 금리 조작 혐의로 2012년 바클레이즈 회장에서 물러났던 다이아몬드는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는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아프리카 전문 투자펀드인 아틀라스 마라를 성공시켰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서 6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구글을 상대로 유럽사법재판소에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관련 소송을 제기한 스페인의 변호사 마리오 곤잘레스도 시장에 충격을 준 인물로 선정됐다. 이 소송 이후 2개월간 구글에 요청된 정보 삭제 요청만 8만건에 달할 정도였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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