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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사자성어 '오리무중' … '필사즉생' 기업이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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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2015년 경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대체로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듯 보인다.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한국이 1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뜻하는 ‘30-50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도 30-50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많지 않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도다. 내년에 우리 나라가 실제로 이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면,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가입하는 나라가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30-50 클럽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구 조건 때문이다. 캐나다나 호주 같은 나라도 1인당 국민 소득은 3만 달러 이상이지만 인구가 각각 3000만 명, 20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내년에 우리 나라 전체 고용률이 70%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했고, 주택경기도 살아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높다.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불황 위험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지표도 갈수록 둔화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내년 중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세계경제는 지난 3년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3%대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세계경제 회복세에 점점 속도가 붙을 것이란 희소식도 들린다. 우선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2%의 잠재성장률을 훨씬 뛰어넘는 3%대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또 내년에는 고용 호조와 주택 건설 증가로 3% 이상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조개혁을 한창 추진 중인 중국 역시 7%대의 안정정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안정세를 찾는만큼 각 나라들의 경제 또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권구훈 골드먼삭스 수석 연구원은 “셰일가스 채취량이 늘어 저유가 추세가 전반적으로 세계경제에 호재가 되고 있고, 연준의 금리 인상도 낮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시점은 내년 후반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안정되고 회복세를 뒤찾을수록 수출 의존형인 우리 경제에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글로벌 마켓이 하나의 시장처럼 확대되면서 순수히 자기 나라에서만 수익을 내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이를테면 미국 S&P 500 종목의 경우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세월호 여파로 가라앉은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원화 약세와 정부의 부양책으로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현재의 원화 약세 추세가 내년 하반기까지 갈 것으로 예상돼 수출 및 수출 연계기업의 매출과 채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설된 위안화 시장 역시 수출의 위안화 결제를 촉진해 대 중국 수출 경쟁력을 상승시킬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함께 올해 하반기에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돼고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를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내수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새 해를 앞두고 산업별 전망은 명암이 엇갈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업체의 경쟁력 상승이 예상되는 조선·철강·해운 등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또 셰일가스가 확대될수록 정유·화학 업종의 미래도 암담해지고 있다. 엔화 약세로 디스플레이나 자동차·전자부품 업종도 일본 업체와의 대결이 순로롭지 않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의 호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LCD 시장은 올해 지난해보다 대형 TV용은 0.4%, 태블릿이나 모니터용 소형패널은 7% 정도 출하량이 줄었다. 내년에도 과거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휴대전화는 선진국 시장의 포화와 중국 업체의 가세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내년도 내수 소비시장은 점진적인 회복이 점쳐진다.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과 교역조건 개선, 자산가격 상승, 지연소비의 실현 등이 회복요인이다. 여기에 증가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도 우리 내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가속화하고 있는 고령화 등이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식음료업계는 올해 소비심리 부진 속에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년엔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웰빙 풍토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프리미엄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1인가구나 맞벌이, 핵가족 비중이 늘어나 소포장 간편조리식품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내년도 사자성어로 ‘필사즉생(必死則生)을 꼽았다. 새 해를 앞두고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우리 모든 기업들의 내년도 경영환경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기인들처럼 모든 기업이 죽기를 각오할 만큼 비장한 결의를 다진다면 어떠한 험한 경영환경도 굳건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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