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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고질적 관리비 문제 나 홀로 제기 … 연예인에서 일약 '난방 투사' 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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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9월 14일 배우 김부선(53·사진)씨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민회의에서 이웃과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론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또 연예인이 사고 쳤구나.” 김씨가 SNS를 통해 “아파트 난방비 문제를 바로잡으려 했다”고는 했지만 사람들 뇌리엔 ‘폭행’이란 두 글자만 새겨졌다.

 하지만 얼마 후 반전이 일어났다. 김씨의 주장대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세대별 난방량 ‘0’이 나온 경우가 300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김씨는 ‘난방 투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김씨는 경찰에 출석하며 “연예계를 떠날 각오로 몇 년간 문제를 제기했지만 언론이 외면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그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난방비 등 아파트 관리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관리비를 둘러싼 의혹들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뒤이어 서울시가 ‘맑은 아파트 만들기’ 대책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투표로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비리 차단을 위해 예방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경찰 수사에서 ‘난방비 0’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지만 ‘난방 투사’ 활동이 고질적인 관리비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은 분명하다. 김씨는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고발까지 당하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많은 시민이 보내준 지지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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