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터넷 한때 완전 마비, 미국 "보이지 않는 사이버 보복" 예고

중앙일보

입력 2014.12.23 17:54

업데이트 2014.12.23 22:33

북한의 인터넷망이 22일 오전 1시께부터 10여 시간 동안 완전 마비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 픽처스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에 “상응하는 대응”을 선언한 직후여서 미국의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3일 북한 인터넷 다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향후 ‘보이지 않는 보복’을 예고해 한반도에서 사이버전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온라인업체인 딘리서치는 “북한 인터넷 접속이 완전히 오프라인이 됐었다”며 “디도스 공격을 받은 때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디도스는 일시에 많은 정보를 보내 과부하로 서버를 다운시키는 공격 방식이다. 미국 인터넷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도 “북한이 인터넷 지도에서 지워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3일 정오를 넘겨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일부 북한 웹사이트에서 정상 접속이 이뤄졌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 인터넷망이 마비된 원인으로 일반 해커들의 공격, 북한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중국의 차단 조치, 미국의 보복을 우려한 북한의 선제적 차단 등과 함께 미국 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만약 미국의 공격이라면 다른 나라의 인터넷망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미국 인터넷 업체인 아버 네트웍스는 “관측된 최소 6차례의 공격이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인터넷 다운과 관련 “대통령이 밝힌 대로 우리는 (북한을 겨냥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지만 세부 방안을 공개 거론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대신 “우리의 대응 조치는 일부는 드러날 수도 있고 일부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 사이버 응징을 예고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보이는 조치가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나 경제 제재라면 보이지 않는 조치는 사이버 보복이라는 해석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사이버 공간은 공격받은 이도 누가 공격했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라며 “마찬가지로 북한의 인터넷이 끊기는 과정에 미국이 개입했어도 이를 얘기할 리는 만무하다”고 귀띔했다.

미국의 사이버 전력 강화를 주도한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다. 2009년 사이버 안보 보좌관을 신설한 데 이어 2010년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의 사이버 전력을 하나의 지휘 체계로 묶었다. 의회 역시 재정 압박 속에서도 사이버전 예산의 증액을 막지 않았다. 2013년에 39억 달러였던 관련 예산은 내년엔 51억 달러(추산)로 늘어난다.

베일 속에 가려진 미국의 사이버전 윤곽은 2009년과 2010년 이란 나탄즈의 핵 농축시설에 사이버 공격이 가해지며 일부 노출됐다. NYT는 2012년 “이란 나탄즈 시설에 웜 바이러스인 스턱스넷이 침투해 원심분리기 5000여개중 1000개 가량의 가동이 중단됐다”며 “이 때문에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최대 2년까지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당시 스턱스넷 침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했다고 NYT는 전했지만 미국 정부는 지금도 이를 부인한다.

향후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서 관건은 중국이다. 북한의 인터넷망은 중국 국영 업체인 차이나유니콤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된다. 이 때문에 북한 인터넷망에 대한 공격은 중국의 주권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하프 부대변인은 이날 “소니 해킹에 다른 나라 정부가 관여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중국 개입설을 일축했다. 북한 응징을 위해 중국을 의식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정원엽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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