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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치] 다시 주목받는 美 신보수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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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91년 소련 해체로 냉전이 끝났을 때 세계는 평화의 새 시대를 맞는 희망에 가슴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사활 (死活)의 기로에 섰다. 그들은 소련을 대신할 또 다른 악(惡)이 필요했다. 그 일차적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호전적인 이슬람 세력이다.

군산복합체에 '새로운 냉전'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것이 미국 공화당의 신보수주의(네오콘서버티브) 세력이다. '힘이 곧 정의'라고 믿는 네오콘은 고립주의를 지켜온 공화당 내 전통 보수주의와 달리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지키고, 미국적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며, 이를 위해 군사력 사용도 주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60, 70년대 민주당 좌파에 몸담았던 네오콘은 베트남전 패배와 민주당 내 반전.평화주의에 실망한 나머지 공화당의 반공.반소 노선 지지로 전향했다.

특히 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정권에 대거 합류했다. 레이건이 '악의 제국'이라고 불렀던 소련을 무너뜨린 것이 자신들이 이룩한 최대의 성과라고 네오콘은 자랑한다.

빌 클린턴 정권 출범으로 권력에서 밀려난 네오콘은 롤백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중 하나가 97년 출범한 싱크 탱크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다.

PNAC엔 딕 체니.도널드 럼즈펠드.폴 울포위츠.제브 부시.루이스 리비.엘리어트 에이브럼즈 등 조지 W 부시 정권의 핵심 인물들과 리처드 펄.빌 크리스톨.로버트 케이건 등 이론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PNAC는 군사력을 토대로 한 미국의 세계 패권 확립을 목표로 한다. 2000년 9월 발표한 '미국 방위 재건' 보고서에서 PNAC는 ▶군사비 대폭 증액▶중동.중앙아시아 미군 주둔▶미국을 적대시하는 국가의 정권 교체▶미국의 이익에 어긋나는 국제협약 폐기 또는 탈퇴▶우주 공간의 군사화▶핵무기 선제 사용 등을 건의했다. 이 보고서는 후에 부시 정권 외교.군사정책의 기본 골격이 됐다.

네오콘의 사상적 기원은 시카고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했던 고(故) 레오 스트라우스에서 비롯한다. 스트라우스는 계량주의와 행태주의 정치학이 득세하던 시기에 고전 정치철학의 가치를 일깨운 거물급 학자로 평가받는다.

네오콘은 모두가 자신이 '스트라우시언(스트라우스 추종자)'이라고 내세운다. 그래서 혹자는 "죽은 스트라우스가 산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비꼰다.

스트라우스는 '전제정치론'에서 야만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자연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민주주의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은 전세계를 민주화하는 방법뿐이라고 주장했다.

토머스 홉스를 신봉한 스트라우스는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해야 하며, 평화는 인간을 타락시키기 때문에 영구평화보다 오히려 영구전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스트라우스를 따르는 네오콘이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외교 노선을 택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네오콘은 자신들이 21세기 '백인의 짐'을 지고 있다고 믿는다. 세상의 모든 악을 청소하고 미국식 가치와 질서를 세우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라크전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들로선 '악의 축'의 하나인 북한도 당연히 제거 대상이다. 우리가 네오콘을 주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우량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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