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효은 기자의 노래가 있는 아침] 크러쉬의 '가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해가 지나갑니다.
연말이라 그런지 다들 올 해의 앨범, 올 해의 책, 올 해의 영화 등을 꼽느라 한창이네요.
그래서 저도 올 해의 노래, 올 해의 가수를 고민해봤습니다.
리스트를 정리하는데 너무 많아서 도통 끝나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리스트를 지워버리고 빅데이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제 스마트폰 기능 중에 ‘많이 재생된 음악’ 목록에 들어가보는 건데요.
그러니까 이건 ‘올해의 앨범’이라기보다 제 마음 속에 음원 차트랄까요.
올 해 나온 앨범만 놓고 보니까 크러쉬(22)의 1집을 가장 많이 들었더군요.
그리고 샘 스미스(22)의 1집이었어요.

둘 다 92년생 젊은 남자라 조금 부끄럽네요.
물론 그 목록엔 비틀즈나 롤링스톤즈의 앨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만(에헴, 거짓말인 거 많이 티났나요).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크러쉬는 올 해의 신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중과 평단 양쪽에 좋은 평가를 받았죠.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땐 미국 교포 출신인 줄 알았어요.
본인이 작사, 작곡에 노래까지 부르는데, 흑인 음악을 소화하는 솜씨가 대단했거든요.

재밌는 건 미국은 가 본적도 없는 한국 토종이란 것.
인터뷰 기사를 보니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를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고, 어린 시절 다이나믹 듀오 1집을 들으면서 힙합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하네요.
어느 정도 미국 물을 먹어야 (박진영식 표현으로) 흑인음악의 '퓔(feel)'과 그루브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안 그런가 봐요.
말 그대로 ‘뉴제너레이션’이죠.

결론은 올 한해 제 귀를 즐겁게 해 준 재주 많은 청년들에게 감사를!!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