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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련 "역풍 예상했는데 … 그렇지 않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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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왼쪽)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우윤근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양비(兩非)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통진당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헌재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의 무게는 후자 쪽에 실려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헌재의 지엄하고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민주주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금의 헌법재판관 구성방식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어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과 가치,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헌법재판관 구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당 해산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최후의 심판이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통진당의 정당 활동, 특히 대북정책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전체적으론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 ‘어중간한’ 입장이다. 통진당과 ‘선긋기’는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결정에 비판하는 재야의 입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새정치연합은 21일에도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열고 통진당 해산 결정에 따른 향후 당론과 입장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 일각에선 “헌재가 정당해산 및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낸 직후부터 국민적 반발과 역풍(逆風)이 크게 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고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004년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자마자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딴판이라는 얘기다.

 2004년 탄핵안 통과 직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5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고, 한나라당은 20% 미만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 직후 본지 여론조사에선 통진당 해산 결정에 ‘매우 찬성한다’와 ‘대체로 찬성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63.8%에 달했다. 새정치연합 지지층 중에서도 찬성한다는 응답이 41.4%를 기록했다.

글=이지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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