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안 지켜 기업 경쟁력 추락 … '땅콩 회항'도 산업보안 차원서 실패한 셈"

중앙일보

입력 2014.12.23 00:32

업데이트 2014.12.2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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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에 산업보안 전문가는 100명도 안 될 만큼 기반이 취약하다. 체계적인 이론 교육과 현장 수요에 대응하는 인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대학들이 보안학과 개설 등을 통해 전문가 양성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이창무(52·사진)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로부터 업계 이슈와 정책 시사점을 들어봤다.

 - 최근 부각되는 산업보안 트렌드는.

 “정보기술(IT) 보안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 범위가 넓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자금 횡령이나 정보 유출 등 임직원의 부정행위가 훨씬 심각하다. 부정행위는 1차적 피해가 해당 기업에 그친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체감도가 떨어진다. 적발돼도 내부에서 쉬쉬하기 때문에 실제로 드러난 경우도 많지 않다. 하지만 미국에선 기업 도산의 3분의 1이 부정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내는 어떤가.

 “2009년 동아건설 자금부장이 1898억원을 횡령해 회사가 도산했다. 대우자동차 매각과정에서 회사의 민감한 해외 영업망 정보가 경쟁사에 유출됐다. 결과적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월권 회항’논란도 산업보안 차원에서 이 회사가 ‘수준 이하’라는 걸 보여줬다.”

 - 왜 그런가.

 “오너 일가라는 이유 때문에 원칙과 매뉴얼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산업보안의 실패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전 부사장의 부당한 조치에 사무장이 ‘안 된다’고 맞서야 했다.”

 - 오너 경영의 ‘현실성’이 있지 않나.

 “기업경영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시스템을 갖춘 성장을 이루자는 게 산업보안의 중요한 목표다. 고쳐야 할 때 고치지 못하면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할 것이다.

 “‘기업을 살리고 싶으면 산업보안부터 생각하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조직과 예산 확충이 가능하고 보안 문화가 뿌리 내릴 수 있다.”

 -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했거나 세계일류상품을 생산하는 등 산업기술 보호가 필요한 기업이 1100개에 이른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도 18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산업기술 보호 예산은 100억원 수준이다. 담당 부서도 없다. 한 번 유출된 기술은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예방 시스템 구축이 왜 중요한지 알 것이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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