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즉시 실행하고 아날로그 방식 즐긴다

중앙일보

입력 2014.12.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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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TV와 연극, 뮤지컬을 넘나들며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상원.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낸 것은 ‘미친 열정’이라고 말한다. 그 열정은 5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쉬지 않고 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리고 식지 않는 열정의 비결은 바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투자에 있다.

“버킷 리스트를 없애라”

박상원은 시간 날 때마다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선다. 그의 사진은 전문 작가 수준이다. 그림 그리기 역시 그의 취미다. 고교 시절, 미대에 가고 싶었을 정도로 그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틈틈이 작품을 완성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박상원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실행해 옮긴다. 미루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는 모든 중년에게 말한다.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를 없애라”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적어놓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곤 은퇴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죽음이 눈앞에 왔을 때 하고 싶어 하죠.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을 기력이 다했을 때 만난다는 것은 비극이에요. 가장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칠 때 버킷 리스트를 실행해야 이후의 삶이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박상원에겐 버킷 리스트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바로 실행해 리스트에서 삭제해 버리기 때문. 그리고 그 일을 해내고 난 후 느껴지는 자신의 성장과 변화를 즐긴다. 50대임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쑥쑥 자라고 있는 그다.

‘나에게 편지 쓰기’ 27년째

박상원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 다이어트’를 한다. 조금 쪘다 싶으면 운동량을 조절하고 술자리도 줄인다. 연극 무대에 오르는 100일 동안 금주했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대본을 손에 쥐면 동료 배우 중 가장 먼저 암기를 끝낸다. 자신만의 철칙이다. 배우로서 감수성을 기르는 데도 시간을 투자한다. 그림과 사진을 즐기는 이유도 그런 목적이 크다. 그가 이렇게 혹독하게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편지 쓰기’에 있다.

 “1988년부터 나에게 편지 쓰기를 하고 있어요.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엽서와 편지지, 그림을 구입해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요. ‘박형, 그때 그렇게 할걸 그랬어’라는 식으로 나무라는 내용도 있고, ‘열심히 해’라고 격려하기도 하죠. 평소엔 메모지에 간단하게 편지나 메모 형식으로 일기를 써요.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상 중 하나예요.”

 여행 갈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직접 우표를 붙여 보낸다. 20년 넘게 쓴 편지는 어느새 박스 2개를 가득 채울 정도가 됐다. 가장 최근에 쓴 편지에는 ‘행복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박형, 요즘 참 행복해. 그런데 이 행복을 유지하려면…”으로 이어지는 편지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끝났다.

 “배우는 항상 준비하고 자기 자신을 다듬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편지를 쓰는 것은 자신을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

박상원은 자신은 물론 아내와 아들·딸에게도 편지를 자주 쓴다. 손편지는 즐겨 쓰지만 e메일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스마트폰도 없다.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주머니에서 구형 폴더폰을 꺼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구형 휴대전화를 쓰냐며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아요. 전 스마트폰이 사람을 스마트하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상상·망상·공상을 즐기며 자기만의 예술성을 갖춰야 하죠. 그런 창조적인 영감이 필요한 작업에 디지털 기기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는 중년이라면 더더욱 스마트폰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고, 번호를 외워 전화를 거는 등 아날로그 방식이 오히려 인간을 똑똑하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 조금 고집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가 젊게 사는 비결일지 모르겠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면 저는 이제 막 터닝 포인트를 지난 것 같아요. 남보다 빠른 기록을 내는 것보다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완주를 위해선 속도보다 달리는 방법에 신경써야 하죠. 나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조금 천천히 나만의 방식으로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나이를 ‘잘’ 먹는 방법인 것 같아요.”

박상원 1959년생

-연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9)로 데뷔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
-서울예술대학교 공연창작학부 교수
-한국근육병재단 이사
-월드비전 친선대사, 다일공동체 홍보대사

글=신도희 기자 , 사진=최항석 객원기자, 촬영 협조=도무스디자인 논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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