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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새 지역 간 네트워크로 부상하는 믹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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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테러리즘, 에볼라 바이러스, 세계 경제위기 등…. 각종 도전이 급증하는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지역 간 파트너십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1년 전, 이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러한 의지의 산물이 바로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 등 5개국이 참여하는 믹타(MIKTA)다.

강력한 국제협력과 파트너십의 중요성은 올해 유엔 총회에서도 강조됐다. 총회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은 범세계적인 도전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자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문제에 비해 해결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국제 파워의 분산과 새로운 세력의 부상은 국제사회의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한 국가 또는 기존 국가 간 연대만으로 다양한 도전을 모두 해결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적절히 제공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역량·파트너십·리더십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은 각 지역의 핵심 중견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의미 있는 교량 역할을 수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국가들에 의해 메워질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인식 아래 믹타의 5개국 외교장관들이 모인 것이다.

믹타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국이 주도해 만들어진 중견국 협의체다. 회원국은 각각 중남미·동남아·동북아·중동·오세아니아를 대표하는 나라들이다. 믹타 회원국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각각 세계 12, 14, 15, 16, 17위의 상당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5개국 모두 GDP 1조 달러를 달성했거나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 국가는 범세계적인 문제와 지역 현안 해결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믹타가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아니라 이를 보완·강화하는 교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견국 협력체인 믹타는 그간 주요 7개국(G7)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주도하던 글로벌 거버넌스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바지할 계획이다. 또 믹타 회원국 간의 활발한 경제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국제외교의 지평을 한 차원 넓혀나가고자 한다.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믹타를 새롭고 창의적인 파트너십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믹타는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지역 간 협의체다. 둘째, 믹타는 초강대국이 주도하는 게 아니다. 유연하면서 비공식적인 구상으로 5개 회원국은 신속하면서 효과적이고 자유롭게 공동의제를 설정할 수 있다. 셋째, 믹타는 회원국 간 공통점과 다양성 모두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측면에서 유사한 가치관을 공유한 동시에 서로 다른 문화·지역·네트워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조합은 믹타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교량이 되고 글로벌 문제의 의제를 설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믹타 외교장관들은 멕시코와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개최된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호주 브리즈번에서 회의를 했다. 이들 모임에서 믹타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정치적 모멘텀 측면에서 장관들은 고위급회의를 정례화는 데 합의했다. 상반기에는 간사국(현재 한국)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하반기엔 각각 유엔총회 및 G20 회의 때 모임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는 5개 국가 외교장관들이 1년에 세 번이나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믹타 회원국들의 강한 연대를 보여 준다. 그뿐 아니라 5개국은 고위실무급회의(SOM) 채널을 출범시키고 사이버사무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정체성 측면에서 믹타 회원국들은 국제사회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미 믹타의 정체성은 북한 핵실험 및 말레이시아 민항기 격추사건과 관련한 두 차례 공동성명에서 잘 나타난다. 9월에도 믹타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국제보건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회원국 모두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아프리카 지역 이슈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믹타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로 우리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 분야를 찾아나갈 것이다. 가능한 분야로는 포스트-2015 개발협력, 국제보건, 재난위기 관리 및 인도적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믹타는 가치에 기반한 지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모델로서 그 유용성과 다용도성을 증명할 계획이다. 이로써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강화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내리라 본다.

믹타 회원국들은 국제사회 협력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돼 있으며 회원국 간 협력과 그들의 양자관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5개국 외교장관 공동 기고
윤병세 (대한민국)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쿠리브레나 (멕시코)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줄리 비숍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