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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통진당 재건, 꿈도 꾸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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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새로운 진보정치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어제 열렸다. 이른바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에 따른 비상원탁회의’다. 함세웅 신부, 김상근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중배 전 MBC 사장 등 진보진영 원로들과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모였다.

 토론회는 진보진영이 통진당 해산 이후 새롭게 거듭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여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국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불복하는 범국민 저항운동을 벌이자는 결론을 내리고 끝이 났다. 김중배 전 사장은 “통진당 사건은 통진당이라는 정당과 당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는 현장을 목격하게 한 테러”라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으로 새롭게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통진당 재건을 위해 전국적으로 투쟁하는 ‘민주쟁취국민행동’(가칭)을 만들 것과 한두 달 내에 시·군·구 조직까지 갖춘 투쟁조직을 건설하자는 구체적 주문도 내놨다. 한 인사는 “(국민의) 공포를 분노로 바꾸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내로라하는 진보 원로들이 참석한 비상원탁회의가 고작 내놓은 처방이 범국민 투쟁운동이라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이들은 통진당 해산을 촉발시킨 이석기 전 의원의 행태나 RO의 종북성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신 통진당 해산을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으로 몰아갔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이정희 전 대표의 처신이다. 그는 토론회에서 “진보정치의 결실을 지켜내지 못해서 죄송하다. 무거운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며 원로들에게 무릎 꿇고 큰절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진보 원로들에게 사죄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그들에게 표를 찍어준 유권자에게 사과했어야 했다. 대중과 괴리된 인식과 퇴행적 사고를 버리지 않는 한 진보정치는 환영받기 어렵다. 더욱이 통진당을 재건하려는 건 헛된 망상일 뿐이다. 통진당 재건 운운하기 이전에 그들 스스로 지적했듯이 정당해산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는데도 왜 국민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들지 않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