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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blog] "똑바로 안 갔습네다…1알은 오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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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홍희선 프로:"남은 거리가 135야드 정도 되나요?"

캐디:(단호한 목소리로)"아닙네다. 133야드입네다."

홍희선:……

홍희선:"야, 깃대 옆에 딱 붙었네. 캐디 언니, 이럴 땐 '나이스 샷'이라고 말해줘야 하는 거예요."

캐디:(역시 단호한 목소리로)"똑바로 안 갔습네다. 오른쪽으로 2m는 비껴갔습네다."

홍희선:……

지난달 평양골프장에서 열린 평양여자오픈 골프대회를 통해 장막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골프장뿐 아니라 북한의 캐디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거리와 그린을 파악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순수했고, 열심히 일해 참가한 선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합니다. 홍희선(기가)프로의 캐디처럼 너무 순수해서 융통성이 모자란 경우도 있었지만.

이 대회 실무를 맡았던 전욱휴 PGA 프로는 "평양골프장에는 원래 하우스 캐디가 20명 정도였는데 대회를 치르기엔 모자라 여대생 40여 명이 투입됐다"고 전해줬습니다. 평양 지역 대학교에서 19~21세의 여학생을 뽑아 2주일간 집중교육을 했다는데 국내 캐디가 3개월 훈련 후 투입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깃대를 꽂아 놓지 않고 다음 홀로 이동하는 등 어이없는 실수도 많았다고 합니다.

하우스 캐디와 대학생 캐디 간에는 능력 이외에도 다른 차이가 있었습니다. 첫날엔 대학생 캐디, 둘째 날엔 하우스 캐디와 함께 경기한 나미예(쌈지)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생 캐디는 '지도자 동지 때문에 북한은 이렇게 잘 산다. 통일이 되면 남측도 북처럼 잘 살게 될 것입니다'고 설교를 하더군요. 반면 하우스 캐디는 정치적인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손님을 많이 상대해서인지 '나이스 샤토' 등 일본 발음을 하데요."

북한에서는 공을 올려놓는 티펙을 '못', 페어웨이는 '잔디 구역', 티잉 그라운드는 '출발 터', 그린은 '정착지', 홀은 '구멍'으로 부릅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용어를 남한식으로 통일했습니다. 그래도 언어 차이는 났다고 합니다.

"1알은 오비 났고요, 2알은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답니다."

캐디의 미모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남자 관계자들은 "상당히 예뻤다"고 말하는데, 여자 프로들은 "별로였다"는 의견입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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