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리턴' 사건의 피의자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8일 새벽 2시 15분 검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검찰에 출두한 지 12시간여 만이다. 검찰은 대한항공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벌여온 사실과 함께 조 전 부사장도 이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르면 오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보고한 정황이 주요 임원진들과 조 전 부사장 간의 통화기록에서 일부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주요관계자들의 통화기록에 이어 17일 주변 인물들의 통화기록까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박창진 사무장은 17일 KBS에 출연해 "대한항공 측이 ‘땅콩리턴’ 사건이 벌어진 지난 5일부터 시나리오 조작 작업에 나섰다"며 "시간대별 가이드라인 지시를 받았다. 국토부 조사확인서는 회사관계자들을 앞에 두고 회사에서 작성했으며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10~12차례 수정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조 전 부사장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고개를 떨군 채 취재진 앞에 섰다. 폭행ㆍ회항지시ㆍ증겨인멸지시 여부 등 혐의점을 인정하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작심한 듯 입을 굳게 다문 채 땅만 쳐다봤다. 조 전 부사장은 전날 검찰청에 들어설 당시에는 네 차례에 걸쳐 “죄송합니다”란 말을 전했지만 귀갓길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다시 할 생각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사무장은 17일 조 전 부사장이 문 틈에 남긴 ‘사과 쪽지’를 들고 KBS에 출연해 “쪽지를 보고 참담했다. 저를 배려하는 진정성 담긴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첩을 찢어서 남긴 쪽지에는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드리고자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이라고 적혀있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이날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각) 대한항공 여객기 일등석에서 벌어진 상황 등도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과 사무장을 폭행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조 전 부사장은 폭행을 일부 시인했다고 검찰관계자가 전했다. 앞선 조사에서 “책으로 손등을 찔러 상처가 났고 밀쳐졌다”는 박사무장의 진술과 “승무원의 어깨를 밀었고 책을 승무원 가슴팍에 던졌다”는 1등석 승객의 진술이 확보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폭행이 드러났어도 항공보안법 적용을 위해 ‘기장이 조 전 부사장으로 인해 업무를 방해받았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 때부터 “박사무장에게 내리라고는 했지만 기장에게 회항하라고 하진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기장은 국토부 조사에서 ‘자체 판단으로 회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대한항공 측이 짜놓은 시나리오라는 게 검찰 측 생각이다.
이서준 기자 be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