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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내 1호 해커'의 몰락… KB지주 김재열 전 전무 사전구속영장 청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1호 해커' 출신으로 대기업 임원까지 오른 KB금융지주 김재열(44) 전 전무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17일 KB금융지주 정보통신(IT)담당 김 전 전무에 대해 금융지주회사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전무는 올해 초 국민은행의 1300억원대 통신인프라 고도화사업(IPT) 업체 선정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 M사 대표 조모(44)씨로부터 6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KB금융은 당시 IPT사업의 주사업자로 KT를 선정했고 KT는 협력업체로 G사를, G사는 다시 M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김 전 전무는 이 과정에서 M사 조씨의 청탁을 받고 KT가 협력업체로 G사를 선정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그 대가로 하도급 거래 내역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G사로부터 수십 억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지난 4일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김 전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전무는 금품 수수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전무에게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 3항(수뢰 등의 금지) 위반을 적용했다. 이 조항은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금융회사 임원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받았을 때 적용하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혐의(징역 7년 이상)보다는 처벌 수위가 낮다.

김 전 전무는 23세였던 지난 1993년 청와대 비서실의 PC통신 ID를 도용해 시중은행 등 12개 금융기관의 전산 기밀을 빼내려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기소됐다. 이는 국내 최초의 해킹 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김 전 전무와 대검 중앙수사부 3과장으로 담당검사였던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인연도 화제가 됐다. 정 총리는 김 전 전무의 비범한 컴퓨터 능력을 아깝게 여겨 출소한 그를 기업가들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김 전 전무는 기획예산위원회 정보화담당보좌관, 딜로이트컨설팅 이사 등 대기업과 정부 기관 등에서 보안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7월 43세의 나이로 KB금융지주의 IT사업을 총괄하는 CIO로 임명됐다. 하지만 최근 IPT사업 비리에 연루되면서 지난 9월 금감원으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뒤 오는 29일 복직을 앞두고 있었다. KB금융 관계자는 “김 전 전무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해 지난 주 사표가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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