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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피살 여성, 사건 발생 전 경찰에 3번 도움 요청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일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흉기로 살해당한 30대 여성이 사건 발생 직전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한 폭력 상담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모(37·여)씨의 어머니는 사건 발생 4일 전인 지난 2일 자신의 집 앞에 있는 파출소를 찾아가 “딸과 사귀던 사람인 노모(37)씨가 딸에게 욕을 하고 따라다니며 협박을 한다”고 신고했다. 또 다음날에는 김씨의 아버지가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딸의 남자친구가 행패를 부린다”고 했다. 5일에는 김씨가 직접 지구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의 집에 한 차례 찾아가 노씨를 지구대로 임의동행한 뒤 간단한 조사만 하고 귀가시켰다. 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당시 현장에 갔을 때 노씨는 행패를 부리지 않고 있어서 지구대로 데려와 상황을 확인한 뒤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여성 아버지에게 녹취를 해서 신고를 하거나 고소를 하라고 안내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소나 접근 금지 요청을 별도로 하지 않아 신변 보호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9시쯤 대구시 동구 자신의 집에서 흉기로 살해당했다. 노씨는 단독주택의 거실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 경찰은 다음날 달서구의 한 고시원에 숨어 있던 노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노씨는 7개월 전 지인 소개로 김씨를 만나 사귀었지만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헤어지자고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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