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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미국인들은 CIA편

중앙일보

입력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에 대해 정작 대다수 미국인들은 CIA를 옹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방송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CIA의 선진 심문기법을 허용할 만 하다고 답했다. 그 같은 심문은 잘못됐다고 반응한 이는 28%에 불과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45%는 CIA가 그 같은 심문 기법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대는 28%였다. 설문은 CIA 고문 실태 공개 직후인 10~14일 실시됐다.

질문 문항엔 ‘고문’이란 단어가 직접 포함되진 않았다. 비슷한 기간 시행된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 여론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했다. 응답자의 59%는 CIA가 테러 용의자를 다룬 방법이 정당하다고 대답했다.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CIA의 이런 심문이 다른 방법으로는 얻지 못했을 중요한 정보를 생산해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53%로, 그렇지 않다는 이들(31%)을 압도했다.

미국의 전·현직 정권은 CIA 고문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정면 충돌한 상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IA의 잔혹한 심문기법은 미국과 미국인의 가치에 반한다”고 공개 비판한 반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CIA 직원들은 애국자”라며 CIA를 감쌌다. 부시 정권 시절 부통령을 지낸 강경파 딕 체니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우리 목적은 테러리스트를 잡아 미국에 대한 다른 공격을 피하는 것이다. 당장에라도 (그 같은 심문을) 다시 할 의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11테러의 충격과 후유증 때문일까. 설문 조사 결과들은 미국의 여론이 CIA의 고문을 주도했던 부시 정권의 손을 들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CIA 심문에 대한 지지 여부는 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 났다. WSJ/NBC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10명 중 8명이 CIA 심문을 지지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엔 3명 정도가 수용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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